[뉴스비타민] 미국대사관 정전 ‘태산명동서일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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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서울 세종로 주한 미국대사관 건물에 정전을 일으킨 ‘범인’은 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8일 “미국대사관으로부터 ‘건물 내 자체 전기 설비에 쥐가 침입, 정전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경위에 대해선 ‘보안상의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23일 오전 5시에 정전이 발생, 이날 거의 모든 업무가 마비됐다. 9시간여 뒤인 오후 2시에야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 비자 발급을 위해 대사관을 찾았던 시민 1000여 명은 발걸음을 돌렸다. 일부 시민은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사관 주변에선 ‘테러나 해킹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쥐가 들어간 곳은 건물 내 ‘수전 설비’였다. 한전으로부터 공급받은 고압전기의 전압을 낮춰 건물 전체에 공급하는 장치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직원 외엔 출입이 통제된 곳인데 어떻게 쥐가 들어갔는지 대사관 측도 의아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전 관계자는 “쥐·고양이 같은 작은 동물이 배전 설비에 들어가 정전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쥐가 전선들과 맞닿으면 몸으로 전기가 흘러 누전이 발생한다. 대개는 설비가 자동으로 전류를 차단, 사고를 막는다. 하지만 강력한 불꽃(아크)이 발생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4월 충남 서산시 S아파트도 지하 변전소에 쥐가 침입, 감전사하면서 단지 전체의 전기 공급이 1시간여 끊겼다. 2월 대구지하철 2호선 운행을 중단시켰던 역사 내 전력 차단기 화재도 쥐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지난해 7월 광주의 한 종합병원엔 고양이가 변압기에 들어가 응급실을 제외한 건물 전체가 정전됐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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