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해양공원화 놓고 주민-항만업계 찬반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883년 개항 이래 수도권의 관문항 기능을 해 온 인천항의 장래를 놓고 공방전이 뜨겁다. 항만 지역 주민들은 “항만 기능이 다하기 전에 크루즈 전용항 등 해양레저기지로 재개발해 시민 곁으로 돌려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하역업체 등 항만 관련 업계는 “인천 지역의 항만 물류 지체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도 성급히 용도를 다른 곳으로 돌리자는 주장은 인천항을 포기하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인천항 기능 재편 공방이 합일점을 찾지 못하자 인천시의회는 최근 양측을 불러 인천항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인천항 기능 재편 논의는 그간 인천 지역의 지속적인 항만 개발로 항만 물류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벌크 화물 중심의 인천북항과 컨테이너 화물 중심의 인천남항이 운영에 들어가면서 인천항의 물동량이 많이 분산된 상태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30선석 규모의 대형 항만인 인천신항을 개발하는 사업이 송도에서 착수된다.

이에 따라 현재 인천항이 처리하는 물동량은 인천지역 전체 항만 물동량의 30% 정도로 떨어져 있다. 특히 갑문을 통과해야 하는 인천항의 특성상 물류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재래식 부두 시설로 대형 선박의 접안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정부는 대체 항만 확충에 따른 인천항 활용 계획의 수립에 착수했으며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당시 인천항을 시민 친수(親水) 공간으로 개발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인천내항 살리기 대책위원회’는 물류 기능이 크게 떨어진 인천항을 하루빨리 친수공간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앞장서고 있다. 이 위원회는 인천항 지역 주민·상인연합회·월미도번영회·지방의회 의원 등으로 지난해 초 발족됐다. 대책위 소유진 사무국장은 “잇따른 대체항만 개발로 과거 뉴욕항처럼 인천항도 수년 내에 슬럼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개발 시대 산업항에서 시민이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현재 고철·원목·잡화 중심의 인천항을 크루즈 전용항, 요트 전용부두, 수상스키·스쿠버다이빙 등의 해양레저기지, 문화테마공간 등으로 재개발해 시민이 바다를 즐길 수 있는 항구로 재개발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인천항이 도심에 위치해 주민은 그간 소음·먼지·교통난 등의 생활환경 피해가 극심했다”며 “하역업계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에 인천항 재개발이 늦춰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하역업계·항운노조 등으로 구성된 인천항발전협의회 측은 “인천 지역의 항만물류 시설이 유휴상태가 된 뒤에 착수해도 늦지 않다”며 조기 재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황치영 협의회 사무총장은 “최근 인천 지역 항만 물동량이 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물동량 변화 추이와 정부의 인천신항 개발 속도를 봐가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만 관련 업계도 “한 세기 이상 유기적으로 구축돼 온 인천항의 물류 기능을 무시하면 선사 및 화주들의 인천 기피 현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