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제1기 주부통신원 6개월을 마치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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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 생활여성부는 지난4월 제1기 주부통신원 20명을 모집한바 있다.지난 6개월간 주부통신원들은 주부로서 생활하며 보고 듣는 생활주변의 관심거리와 생활여성면에서 알고 싶은 기사에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해왔다.또 「주부통 신원 현장 리포트」난을 통해 찜질방,서울시내 도서관,제수용품 장보기등 실생활에 필요한 곳을 일일이 발로 뛰며 갖가지 정보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생활정보의 전달자와 파수꾼」역할을 해왔다.제1기 주부통신원을 마치며 4명의 주부통신원이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의미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註] ▲김혜영=결혼한지 만10년 됐어요.애들도 웬만큼자랐고 남편도 사회적 기반을 잡아 내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죠.6개월간 주부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생각하는 기회를 갖게돼 매우 보람된 활동이었다고 생각됩니다 .
▲허영숙=전 올해 마흔살이 됐어요.마흔이 되면서 나도 뭔가 사회를 위해 일할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었어요.주부통신원 모집 사고(社告)를 보고 주부일로선 참 좋은 기회다 싶었죠.
▲이돈아=주부통신원은 바로 주부들의 생활을 반영하면 된다는 점이 좋았어요.솔직히 학창시절 잘하던 컴퓨터도 결혼 5년만에 멀어지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어요.그런데 이 일로 우리 주위를다시 한번 눈여겨 보게 되면서 생활에 의욕적이 됐지요.
▲김=「프로주부」가 되는게 중요하다는 깨달음은 주부통신원으로활동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가정생활에 충실하면 오히려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최근 요리책을 낸 장선용씨나 김영호(전 국회부의장 민관식씨 부인)씨 같은 분이 좋은 모델이라 생각합니다.
▲정나민=활동하면서 주위의 아는 주부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게 됐어요.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듣는 태도를갖게 된게 참 좋았습니다.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잘 안가던 시장에도 들러보고 내 주위에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스케치도 해보고….그런건 정말 통신원 활동이 아니었으면 얻기 어려운 점이라 생각됩니다.
▲허=주부통신원 활동은 엄마로서,아내로서의 위상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어요(참석자 모두 웃음).2주에 한번씩 하는 회의 때문에 합법적으로 외출할수 있는 기회가 됐구요.유치원생.국민학생.중학생인 세아이들이 『우리 엄마 중앙일보 간다』 고 말하고 다녀 아파트 주부들 사이에서 아주 막강해졌어요(웃음).
▲김=매주 보고서를 쓸 때면 열심히 생각을 짜내야 했어요.연필만 쥐고 있으면 집안이 엉망이 돼도 애들이나 남편이 아무 말도 못했지요(웃음).집안 식구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 제일 기뻐요.
남편은 때때로 저를 도와준다고 옆에서 아이디어도 내곤 했지만별 도움이 안됐어요(웃음).보통 남편은 많이 알고 아내는 아는게 적다는 통념을 깨고 서로 아는게 다르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어요.좀 으쓱해졌죠.
▲정=제가 낸 보고서에서 채택된 아이디어가 기사화돼 나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어요.한번은 우리 애들 사진이 신문에 나가게 됐는데 애들이 자랑하고 다녀 신이 났죠.
▲김=주부통신원 현장리포트는 우리 사회에 대한 새로운 눈을 열어줬어요.공공 놀이시설을 가도 화장실이 깨끗한지,장애인들에게불편하게 돼있지는 않은지 등을 눈여겨 보게 되거든요.
▲이=그렇지만 주부통신원 현장리포트가 쉽지만은 않았어요.웬 아줌마가 와서 저렇게 꼼꼼히 물어보나 이상한 눈초리로 볼때도 있어 추석 제수용품 시장조사에는 할머니랑 같이 가기도 했어요(웃음).또 내 판단이 정말 옳은지 걱정스러울때도 있었습니다.
▲허=주변 주부들의 관심거리를 알기 위해 친구와 아파트 주부들에게 전화도 하고 얘기도 나누다 보면 중앙일보가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뉴스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운영하며 애쓴다는 걸 알고 놀라는 이들이 많았어요.그냥 지나치 던 기사도 더 열심히 찾아 읽고 구독도 하게 됐다는 전화를 받고 뿌듯했어요. ▲정=전 4세.6세된 두 아들을 맡기고 회의에 참석하는게좀 힘들었지만 뭔가 생각하며 산다는게 좋았어요.이렇게 주부들이의미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정리=文敬蘭기자〉 허영숙(許永淑.40.서울도봉구방학4동) 김혜영(金惠暎.36.서울서초구잠원동) 정나민(鄭娜旻.31.서울송파구문정동) 이돈아(李暾雅.29.서울동작구사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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