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건강하고 깨끗한 보수 정당 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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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나라당의 박근혜 체제가 출범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다. 한나라당은 1997년 이래 두 번 연속 대선에서 패했지만 그 어느 때도 지금보다 어렵지 않았다.

6월 정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꾸려갈 朴대표의 짐은 무겁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바닥에 떨어진 지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건강한 경쟁은 정치 발전을 위한 불가결의 요소다. 그런 점에서 보수를 표방해 온 한나라당의 붕괴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 같은 관점에서 우리는 새로 출범한 박근혜 체제가 당의 새 면모를 보여주기 바란다.

무엇보다 민심을 제대로 읽는 정당이 되길 바란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보수 독점의 온실에서 안주해 왔다. 영남을 중심으로 한 특정 지역에서의 계속된 몰표에 자만해 자기 개혁을 게을리했다.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있지만,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보다 10배에 가까운 불법자금을 쓴 것이 단적인 예다. 그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났을 때도 한나라당은 반성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한 시비 걸기에 주력했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 급변하는 정치환경을 도외시하고 당권.공천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에 열중했다.

한나라당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총선까지는 22일이 남았을 뿐이다. 朴대표는 즉각 당을 선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등 면모를 일신하고 통렬한 자기 반성과 함께 과감한 쇄신조치를 천명하기 바란다. 특히 부패 이미지를 벗어버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당별 투표로 배분되는 비례대표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과거의 기득권이나 사적 연고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면 한나라당은 마지막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진로를 둘러싼 논란으로 갈팡질팡하다 정체성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이 한나라당에 바라는 것은 건강하고 도덕적인 보수정당이지, 진보정당의 아류나 기회주의 정당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