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스라엘은 평화공존 받아 들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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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팔레스타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다수 아랍 이슬람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온 셰이크 아메드 야신이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에 의해 22일 살해됐다. 그가 비록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러리스트 단체로 규정한 이슬람 과격 투쟁단체 하마스의 창시자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표적 살인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말처럼 "국제법 위반이며 평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일 뿐이다.

당장 하마스는 '피의 보복'을 선언하고 나섰고, 중동지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는 이스라엘의 야신 표적 살해에 대한 규탄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9.11 이후 총성이 멈추지 않는 이라크와 그 여파에 휩싸여 있는 세계가 또다시 새로운 혼란과 테러의 공포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최근 아시도드항에서 30여명을 사상케 한 하마스의 자살 테러 등이 발생해 야신 등 하마스 지도부 제거가 불가피했다는 말을 한다. 또 올해 말까지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하마스가 선거를 통해 가자지구를 합법적으로 장악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샤론 총리가 직접 야신 살해를 명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어떤 논리를 갖다 붙여도 이스라엘의 야신 암살은 중동평화의 정착과 대화를 통한 두 민족의 공존을 원하는 대다수 세계인의 염원을 저버린 일이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정부는 평화의 길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잘못된 선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웃 사랑'은 종교의 화두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실현돼야 한다. 팔레스타인 무장투쟁조직도 테러는 결국 또 다른 테러를 불러올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자살 테러나 국가 테러나 모두 사랑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모두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당장 평화 협상을 재개하고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제사회도 감정이 격앙된 두 민족의 충돌을 막기 위해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