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코트 김 빼는 '휘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프로농구계가 살얼음판이다.

지난 18일 오리온스-LG전 심판들에 대해 한국농구연맹(KBL)이 '명백한 오심을 했다'며 중징계를 한 이후다. 자칫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행에 심각한 문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KBL 심판진 16명은 22일에 이어 23일에도 비상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으며, 김영기 총재와 면담도 했다. 최고 다섯 시즌 자격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중징계에 선처를 바란다는 것과 오심 판정은 인정하지만 오리온스 구단 등 KBL 안팎에서 번져 나오는 '조작설'과 '고의성'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승부 조작의 증거가 없을 경우에는 오리온스 구단을 거꾸로 징계할 것을 요청하기도 해 이번 의혹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지난 두 경기에서 지웠던 심판 등번호는 23일 전주(KCC-LG) 경기부터는 다시 붙였다.

심판진은 중징계와 비난 여론에 항의해 21일 전주에서 벌어진 KCC-LG전과 22일 원주 TG삼보-전자랜드전에서 심판복 등번호를 지운 채 경기를 진행했다. 동료 심판 징계에 대한 일종의 침묵시위였다.

심판 판정도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졌다. 23일 전주에서 벌어진 KCC-LG전에서는 모두 46개의 파울이 선언됐고, 접전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네명에 이르는 선수들이 5반칙으로 퇴장당했다. 22일 TG삼보-전자랜드전에서도 43개, 21일 전주경기에서는 무려 56개의 파울이 터져나왔다. 올 정규시즌 게임당 평균 파울수는 39.6개였다.

잦은 징계로 인한 심판 운영도 문제다. KBL에 등록된 21명의 심판 가운데 신인 여섯명과 징계로 출장이 어려운 다섯명을 빼면 열명이다. 이 가운데 포스트 시즌 경기를 맡을 수 있는 주심급 심판은 다섯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돌아가면서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될 플레이오프 4강전과 챔피언전을 계속 운영하려면 당연히 무리가 따른다.

다음 시즌의 심판 수급도 문제다. '자격정지'를 받은 고참급 심판들을 대신할 만한 심판을 키우려면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유희형 KBL 심판위원장은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