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러修交 5주년 성과와 과제-한국측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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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0일로 한국과 옛 소련(이하 러시아)이 수교한지 5년이 된다.냉전(冷戰)의 영향으로 한반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외교관계가 없었던 양국관계는 수교후 정치.경제.문화면에서 많은발전을 이룩했다.러시아시장의 잠재성과 규모에 비 해 경제교류가초기의 기대수준에 못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과 러시아는 그후 꾸준히 계속된 상호교류로 서로를 중요한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다.韓.러 수교5주년을 맞아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註] 정부관계자들은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러시아 총리방한(訪韓)이 韓.러 양국관계가 본격적으로 협력관계에 돌입했음을 나타내는 의미를 갖는다고 입을 모은다.
김석규(金奭圭)駐러시아 대사는 『수교 5주년을 맞아 양국 우호친선을 다지기 위한 것이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방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그가 러시아 헌법상 제2인자이며 「우리집-러시아」黨 당수로 보리스 옐친대통령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실세(實勢)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외무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과거 한국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한 인물임을 상기시킨다.따라서 체르노미르딘 총리의 한국방문은 그가 한국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해소됐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양국관계가 명실상부한 동반자 관계에 접어드는 계기라는 평가다.
90년 옛소련과의 수교는 북방외교의 정점이었다.91년 12월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한국정부는 러시아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난 5년간 양국관계가실질적으로 개선돼왔다는 우리정부의 판단이다.수 교전인 90년 6월 샌프란시스코회담을 시작으로 수교 이후에만 가진 네차례 정상회담,그리고 30억달러에 육박한 무역규모가 단적으로 양국관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수교이후 국제무대에서 한국을 지지해왔다.91년 한국이 단독으로라도 유엔에 가입하겠다고 천명했을 때 이에 반대하지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특히 러시아는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국형 경수로가 채택됐지만 노골적인 간섭 이나 방해는 자제해 왔다.또 사할린 한인교포의 영주귀국및 북한 벌목공 문제에도 협조적이었다.
양국간 가장 껄끄러운 현안이었던 경협자금의 상환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왔다.러시아는 93년말까지의 원금및 이자상환액 일부인 2억1천만달러어치 무기를 현물로 상환하기로 했다.이는 러시아에 돈을 빌려준 서방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국가들보다 더 성의를 보여준 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북한카드를 사용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폐기하긴 했지만 지난해 12월 알렉산드르 파노프 외무차관, 그리고 올들어 러시아의회 대표단 의 잦은 북한 방문도 같은 맥락이라는 우려다.정부는 러시아의 협조와 지지를 계속 이끌어내기 위해 러시아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및 아시아지역포럼(ARF)가입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러시아가 그동안의 혼란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또 러시아가 한반도 안정과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할 4강의 하나라는 현실을 직시해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나갈 방침이다.
金成進〈本社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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