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교육청 ‘달려라 뛰뛰빵빵 주말버스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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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보이는 건물이 개성공단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세운 곳 이죠.” 군인 아저씨의 설명을 듣는 아이들의 눈빛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말로만 듣던 북한 땅을 실제로 보고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노는 토요일이었던 지난 달 26일. 고양교육청이 마련한 주말버스학교의 첫 수업에 함께했다.

"월1회 맞벌이가정 학생 등 초청
교육 양극화 해소 적극 나서"


  ‘달려라 뛰뛰빵빵 주말버스학교’는 여건상 주말 문화 활동이 어려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고양교육청이 시행하는 현장학습 프로그램이다. 지역 내 각 초등학교에서 추천받은 저소득층 또는 맞벌이가정 1~3학년 학생들이 참가대상. 지난 해 몇 차례 시범운영을 거쳤고 올해 1년 계획을 세워 지난 달 26일 개교식을 갖고 첫 현장학습에 나섰다.
  고양교육청 초등교육과 이희(49·여) 장학사는 “격주 주 5일제 수업으로 여가는 늘었지만 여건상 이를 제대로 활용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이 행사를 기획했다”며 “버스학교를 통해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고 아이들에게 학습의욕을 불어넣고 싶다”고 말했다.
  첫 수업의 주제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개교식을 마치고 교육청이 마련한 모자와 조끼, 필기구가 담긴 가방을 받아든 142명의 학생들은 4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임진각으로 향했다. 첫 체험학습 장소는 제3땅굴. 아이들은 비무장지대 전문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지하 73m 깊이의 땅굴을 직접 걸어봤다.
  이어서 찾은 도라산 전망대. 창 너머로 보이는 임진강과 북녘 땅을 바라보며 분단의 역사를 몸소 느껴본 자리였다. 자리를 옮겨 너른 잔디동산이 펼쳐진 평화누리에서 가진 점심식사. 도시락을 받아 든 아이들은 잔디밭에 둘러앉아 모처럼의 나들이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식사 후엔 물 풍선을 던지며 때 이른 물장난을 벌이기도 했다. 임진각 관광지 내에 마련된 전통 체험장도 아이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놀거리였다. 화살을 던지며 투호를 즐기고 윷놀이도 해 봤다. 한켠에선 인절미 만들기가 한창이다. 고사리 손으로 힘겹게 내려쳐본 떡메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임진각 관광지에 도착할 때부터 아이들의 시선을 끈 곳은 역시 놀이동산. “한 사람당 3개씩 태워준다”는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환호성이 터졌다. 궂은 날씨였지만 신나게 웃고 뛰는 아이들의 얼굴은 화창하기만 하다.
  아이들을 인솔해 온 삼송초교 김정옥(42·여) 교사는 “고양시는 신·구 도시간 생활격차가 심해 놀토에 방치되는 아이들이 많다”며 “아이들이 이렇게 야외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성석초교 함혜숙(54·여) 교감은 “진작부터 주말에 문화체험이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었다”며 “어른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행복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말버스학교는 올 한해 방학을 제외한 매월 총 9회에 걸쳐 열린다. 아이들은 앞으로 테마동물원·도자기마을·영어마을·강화도 갯벌 등을 다니며 현장학습에 참여하게 된다. 각 학교 교사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프로그램 진행은 (사)청소년역사문화교육원이 담당한다.
  오후 4시가 넘은 시각, 버스는 다시 고양시에 도착했다. 어린 학생들은 조금 피곤한 기색을 비치기도 했지만 가슴속엔 소중한 추억을 하나씩 품었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사진=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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