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시쓰는한국현대사>45.박정희대통령 좌익경력.사상 검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美케네디대통령 기념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한국관련 문서에 의하면 5.16군사정변 초기 주한(駐韓)미군과 美행정부 내부에서 박정희(朴正熙)소장의 공산주의 경력문제가 깊이 논의된 사실이 확인된다.그러나 예상외로 미국은 박정희의 과거 좌 익경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일찍 결론을 내렸다.
61년 5월18일 美중앙정보국(CIA)이 케네디대통령에게 보낸 한국상황 보고서에는 박정희의 경력이 간략하게 언급돼 있다.
『혁명의 지도자는 박정희소장이다.한때 일본군 장교였던 朴은 46년 한국군에서 장교로 임관했다.그는 공산주의와 연루돼 군법회의에 회부됐으며 10년형에 처해졌다.朴은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군에 복귀했으며 이후 그의 전쟁참여 로 사면됐다.朴은 48년 이후에는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연루됐다거나 한국의좌익세력과 연계된 사실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박정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고 알려진 매그루더 주한미군사령관의 평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61년 5월17일 매그루더는 美합동참모부 의장에게 보낸 전문에서 『(박정희는)49년 2월 공산주의자로 체포돼 군법회의에 기소됐다 .이때 朴은 그가 알고 있는 군내(軍內)공산주의자를 제보하고 이들을 제거하는데 큰 공을 세워 많은 장교와 한국인 사이에 反공산주의자로 신망을 얻었다』고 보고했다.심지어 미국의 대한(對韓)정책담당자들은 5월24일 한번 전향한 적이 있 는 박정희가 逆전향할 위험에 대해서까지 논의했다.
이 보고서들을 통해 미국이 박정희의 과거 경력에 대해 세심하게 조사했고,공산주의자와의 연계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음을 알수 있다.그러나 박정희의 경력문제는 그 후에도 심심찮게 논란이됐다.6월에는 참모총장을 지낸 최경록(崔慶祿) 중장이 美대사관에 『쿠데타군 핵심에 공산주의자가 있다』고 제보해 물의를 일으키기까지 했다.
한국군 내부에서 계속 박정희의 경력을 문제삼은 이유는 매그루더가 지적했듯이 『많은 한국의 고위장교들이 朴이 위험한 인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정군(整軍)운동의 중심인물이었던 박정희에게 군고위층이 좋은 인상을 갸질 리 없었던 것 이다.
崔중장의 발언으로 다시 한번 美국가안보회의에서 이 문제가 재론됐지만 결론은 崔중장의 발언이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쪽으로 내려졌다.그러나 박정희의 경력문제는 63년 대통령선거에서 다시사상논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후에도 논쟁이 계 속됐다.

<정창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