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떠다니는 汚染源 유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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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적조(赤潮)와 기름띠의 기습을 당한 남해안의 참상은 눈뜨고 못볼 지경이다.육지의 오.폐수가 만들어낸 적조는 당장 손쓰기가어렵다고 쳐도 인간의 실수로 침몰된 유조선마저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다니 말도 안된다.배를 인양하거나 파손 된 탱크를 막지 못하면 오염피해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모른다.지금은 거제도에서 기장군까지의 해역이 오염권에 들고 있다.
이번 사고의 근본원인은 좌초로 구멍이 난 선체를 무리하게 인양하다 완전침몰시킨데 있다.그러나 한번 더 생각해보면 유조선의탱크가 그렇게 쉽게 구멍이 났다는 것 부터가 문제다.89년 엑슨 발데즈호의 알래스카연안 오염사고 이후에도 크 고 작은 유조선 기름유출사고가 끊이지 않자 국제 해사(海事)기구는 93년 7월부터 모든 유조선을 이중(二重)구조로 건조하도록 했다.5천이상의 대형은 배 전체를,6백~5천 까지의 중.소형은 밑바닥만이중구조를 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도 물론 이 국제규정을 따르고 있으나 전체 유조선 6백2척 가운데 이중구조로 된 배는 18척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다.이것은 고(古)선박을 빨리 퇴역시키고 국제규격에 맞는 새 선박으로 대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선령(船齡)이 2 0년이 넘는노후한 유조선이 절반 가까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모두 쉽게 파손될 수 있는 단층구조로 돼 있다는게 더 큰 문제다.주로 연안을 오락가락 하는 이들 취약한 구조의 중.소형유조선들이언제 어디서 또 기름유출사고를 일으 킬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한국은 석유소비량에서 영국이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을 제치고 세계8위에 올라 있다고 최신 통계는 밝히고 있다.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많은 나라인 것이다.더 이상 큰 재앙을당하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연안에서 활동하는 중.소 유조선만이라도 이중구조선박으로의 대체속도를 가속시켜야 한다.지금으로선 방제선(防除船)도 부족하고,방제기술도 취약한 상태에서 선박마저 「규격 이외」가 많아 사고가능성이 높다.우리 해안에서 왔다 갔다하는 유조선이 모두 대형사고에 노출돼 있는 현실을 극복해야만 해양오염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일반 경제규제는 대폭 완화해야 하지만 환경과 공해에 관련된 규제는 강화하는게 세계적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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