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전면가로쓰기 앞으로 15일학계도 대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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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中央日報가 오는 10월9일 한글날을 기해 전면 가로쓰기를 단행하는데 대해 언론학계는 오히려 때늦은 용단이라며 크게 환영하고 있다.
언론학계는 한국의 주요 종합일간지들이 그동안 전면 가로쓰기를주저해온 이유가 가로쓰기를 하면 혹시 세로쓰기에 익숙한 독자들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때문이었다고 지적하고 中央日報의 가로쓰기가 그것이 글자그대로 기우였음을 증 명할 것이라고입을 모았다.
학계는 또 모든 출판물,특히 각급학교 교과서가 가로쓰기를 하고 있는데 오직 종합일간지들만 1面을 비롯한 주요지면을 세로로짜온 것은 국민들의 문자생활을 알게모르게 혼란케한 비과학적 제작태도였다고 지적했다.덧붙여 현행 신문의 세로쓰 기가 일본신문의 편집형식을 모방,답습해온 일종의 일제잔재라는 점에서 가로쓰기의 단행은 한국신문편집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사적(史的)의미도갖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언론학계는 이같은 가로쓰기의 사회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가로쓰기가▲신문을 쉽고 편하게 읽게하는 독이성(讀易性)의 향상▲기사를 꼼꼼하게 많이 읽게하는 정도인 가독량(可讀量)및 열독량(閱讀量)증가▲그래픽.삽화.도표등을 이용한 「보는신문」으로의 편집을 용이하게 해 매체간 정보의 빠른 호환성(互換性)을 특징으로 하는 뉴 미디어시대에 걸맞은 신문의 기능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독자들이 신문을 읽는데 드는 시간은 적도록하되 필요한정보량은 꼭 섭취할 수 있도록하는 신문기사로서는 모순에 가까운양립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가로쓰기라는 것이다.
가로쓰기가 세로쓰기보다 가독성과 독이성이 더 높다는 것은 과거 임상원(林尙源.고려대 신방과)교수가 발표한 「신문의 한글전용과 독해력 비교연구」에서 잘 나타났다.
林교수는 고교생을 대상으로 가로와 세로로 쓴 같은 量의 2개의 사회면 기사를 5분간 읽게하고 그 독서량을 조사한 결과 한글전용 기사의 경우 가로쓰기는 1,824자,세로쓰기는 1,707자였다.또 한문혼용의 경우에도 가로쓰기 1,66 0자,세로쓰기 1,613자로 독서량이 차이났다.
사람의 눈동자는 상하로 움직이는 것보다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덜 피로를 느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교과서를 비롯한 각종 출판물이 벌써 수십년 전에 가로쓰기로 바꾼 이유는 이같은 인체공학에 따른 것이다.따라서 독자들은 생리적으로 또 조건반사적으로 가로쓰기에 익숙해져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김광호(金光浩.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교수는 가로쓰기 출판물을 받아들이는 눈의 운동을 조사한 「구텐베르크 도표」(표 참조)를 소개했다.
이 도표는 눈이 자연스럽게 지면의 글을 따라가는 힘,곧 독서중력(reading gravity)과 그러한 자연스런 운동을 방해하는 조건,곧 중력역행(against gravity)의 흐름을 그린 것으로 이에 따르면 독자의 독서 시발점 은 항상 지면의 좌측 상단 부분이 된다.
독자는 주시지역이라 불리는 이 부분에서 글을 읽기 시작해 지면의 대각선을 따라가는 독서중력에 이끌려 지면의 우측 하단에서글읽기를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독자는 종점지역이라고 규정된 우측하단에서 자연스럽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되 는데 이는 독자들이 어릴 때부터 가로쓰기에 훈련된 결과로 현재 한국신문의 세로쓰기는 이같은 거의 본능적인 독서습관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독서중력을 역행케해 독이성을 떨어뜨릴 뿐만아니라 기사에 집중케하는 힘도 방해한다는 것이다.
***기사 찾기도 쉬워 金교수는 현재 신문독자들이 세로쓰기를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가로쓰기가 전면화되면 신문간의 그런 차이를 금방 알아챌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 신방과 최현철(崔賢哲)교수는 가로쓰기가 기사의 열독량을 증가시키게 되는 것은 이같은 독이성 향상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고 설명했다.지금처럼 세로쓰기를 할 경우 기사 흐름이 심한 경우 한단의 맨 좌측에서 다음단의 맨 우측으로 넘어가는데 가로쓰기는 기사를 단위별로 지면에 배치,독자들이 각개 기사를 독립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이럴 경우 기사를 찾는데도훨씬 편리하고 읽은 기사에 대한 기억도 더 잘 간직된다는 것이다. 가로쓰기에서 열독량이 증가되는 또다른 이유는 제목과 본문그래픽등이 통일성을 갖게되기 때문이다.연세대 신방과 김영석(金永錫)교수는 이에 대해 가로쓰기를 하는 서구신문은 직사각형의 단위 속에 한 기사의 제목.본문.사진.도표등이 함께 들어가 조화로운 편집을 가능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로쓰기를 고집하는 현재의 한국신문은 서로 관련성이 없는 제목.본문.사진등이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듯 혼재돼 지면의 통일성을 흐트려 놓아 정보전달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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