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유전개입 진상 공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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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러시아 사할린 유전 개발 의혹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해명은 여러모로 석연찮다.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해명 시기도 야당이 청와대 관련설을 제기한 직후여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이후 한달 가까이 침묵하던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철도공사의 유전 개발 참여문제에 대해 경위를 파악한 적이 있다"고 시인한 건 지난 22일이었다. 국회 건설교통위에서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이 "청와대가 지난해 말 석유공사와 SK에 사업 타당성을 문의했다"는 질의가 나온 직후였다. 안 의원의 질의가 없었더라면 청와대는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으려 했던 모양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의 해명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조사한 사실을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 종결했다는 주장은 그렇다 치자. 3월 28일 언론에 대대적으로 의혹이 보도된 이후 4월 18일까지 21일 동안 계속 보고하지 않고 있었다니 기가 막힌다. 대통령이 그 다음날 특검 수용 검토를 지시한 것도 뒤늦게 이 사실을 보고받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이란 말인가. 어쨌든 "정책 점검 사안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 종결된 것으로 봤다"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의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청와대 개입을 끝까지 숨기려 했거나, 파문이 윗선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꼬리 자르기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의혹을 조사하고서도 자체 종결했다는 기관도, 사건이 터진 후에도 조사 사실조차 보고하지 않은 기관도 바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광재 의원이 초대 실장을 지낸 국정상황실이었다. 국정상황실은 최소한 이 의원을 감싸주려 했다는 의심을 면할 길이 없다. 청와대가 자체 감사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사실을 은폐하거나 특정인을 옹호할 생각이 없었다면 사건이 불거졌을 때 즉각 파악하고 있던 진상을 공개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그래야 한다. 야당의 폭로나 검찰 조사에 밀려 하나씩 시인한다면 이후에는 청와대가 무슨 변명을 해도 믿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