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양정례 당선인 모친 영장 기각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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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친박연대 양정례 당선인의 어머니 김순애(58)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홍승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딸(양정례 비례대표 당선인)의 공천 대가로 금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김씨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홍 부장판사는 “김씨의 주거가 일정하고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김씨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에 비춰볼 때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친박연대의 당헌·당규상 당비 제한 규정이 없고, 당비 상한에 대한 법적 제한도 없다”고 설명했다. 홍 부장판사는 “김씨는 친박연대의 요청에 따라 당의 공식 계좌에 실명으로 송금했고 이런 송금 내역은 선거 후 정당의 신고를 거쳐 일반에 열람된다”고 말했다. 또 “김씨가 친박연대에 제공한 돈 이외에 달리 공천과 관련해 당직자 등에게 금품을 교부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김씨가 친박연대에 건넨 돈을 공천 대가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장이 기각되자 홍사덕 친박연대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의 일탈을 바로잡아준 사법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송영선 대변인도 “영장 내용 자체가 돈 받은 사람은 없고 준 사람만 있었다”며 “영장 청구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검찰을 비난했다. 이어 “(검찰 수사는) 법의 정신을 근거로 한 범죄 사실 파악이 아니라 정치 논리로 끼워 맞춘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영장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향후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며 “현재로선 영장 재청구 여부를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당초 검찰이 법원에 청구했던 영장에는 김씨가 공천 전 서청원 대표를 만나 당 선거비용 중 상당부분을 공천 대가로 납부키로 약속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김씨는 딸을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하는 대가로 3월 27일 1억원, 3월 28일 14억원 등 네 차례에 걸쳐 17억원을 특별당비와 대여금 등의 명목으로 친박연대 측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2월 후보 공천과 관련된 금품수수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 추가된 공직선거법 개정 조항이 적용된 첫 사례였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서청원 대표에게 5일까지 출석해 달라고 소환을 공식 통보했다. 검찰은 서 대표를 상대로 두 사람 간의 구체적인 약속 내용과 김씨가 건넨 17억원의 사용처를 조사할 예정이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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