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문대성’ 차동민 베이징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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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헤비급 결승. 문대성(한국)과 니콜라이디스(그리스)의 한판 승부를 그는 조용히 TV로 지켜봤다.

서울체고 3학년이었던 그는 문대성과 2002년 전국태권도우수선수권 결승에서 만나 4-7로 패한 기억이 있었다. 문대성이 시원한 왼발 뒤후리기로 KO승을 거둔 순간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자신이 정상에 오른 것처럼 기뻐하며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며 꿈을 품었다. 그리고 4년 뒤 그는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주인공은 한국체대 4학년 차동민(22·사진).

차동민은 2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벌어진 베이징 올림픽 파견 태권도 국가대표 3차선발전 남자 80kg 이상급에서 오른발 얼굴 내려찍기로 윤희성(20·용인대)을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세계예선 티켓 확보로 1승을 올린 그는 2차 선발전 1위와 함께 이번 대회에서 1승을 보태 종합전적 3승으로 베이징행을 확정했다.

1m89cm, 87kg의 체격을 갖춘 그의 태권도 인생은 문대성과 여러모로 닮았다. 수원 부림초 4학년 때 태권도와 인연을 맺은 그의 이름 앞에는 ‘2인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문대성도 올림픽 정상에 오르기까지 헤비급 간판인 김제경(39)과 시드니 올림픽 우승자 김경훈(33)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임수정<左>이 여자 57kg급 경기에서 이혜영을 상대로 뒤돌려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사진=이호형 기자]

헤비급 선수답지 않게 스피드가 뛰어난 그는 같은 학교 동료인 남윤배(22)에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밀렸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그를 일으켜 세운 사람은 어머니 김미라(45)씨였다.

그는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자신의 땀이 얼룩진 매트에 몸을 던졌다. 하루 500번이 넘는 발차기로 담금질한 그는 올림픽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에서 2인자의 설움을 말끔히 털어냈다. 김씨는 경기 후 아들을 끌어안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고, 아들은 정겨운 입맞춤으로 어머니의 사랑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여자 57kg 이하급에서는 임수정(22·경희대)이 이혜영(26·인천시청)을 1-0으로 꺾고 종합전적 3승으로 베이징행을 확정했다.

남자 68kg 이하급에선 손태진(20·삼성에스원)이 재경기 끝에 마지막 티켓을 가져갔다. 이로써 지난달 가장 먼저 베이징행을 확정한 여자 67kg 이하급의 황경선(22·한국체대)을 포함한 4명의 올림픽 출전자가 확정됐다.

글=김현승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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