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TV ‘전설의 기사 - 본인방 슈사쿠’ 방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불세출의 천재기사 슈사쿠(秀策)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전설의 기사-본인방 슈사쿠’가 5일 밤 10시 바둑TV에서 방영된다. 일본 NHK가 제작한 것이다.

슈사쿠는 바둑 4대 가문 중 최강이었던 본인방가의 수장으로 19세기 중반 막부시대의 바둑을 활짝 꽃피웠던 인물. 나머지 3대 가문과의 쟁기에서 19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겼고 평생 흑을 들고는 한 판도 지지 않아 ‘흑번 필승’의 신화를 남겼다. 그가 창안한 1, 3, 5 포석과 ‘슈사쿠의 마늘모’는 한때 화점 포석에 가려 잊혀지는 듯했으나 최근 들어 한국과 중국 기사들이 가장 애용하는 포진으로 되살아났다. 그는 바둑 사상 최고의 묘수로 꼽히고 있는 ‘이적(耳赤)의 수’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슈사쿠는 불과 34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해 그대로 전설이 되었고 그가 남긴 450여 기보는 현대 기사들도 탐독하는 명작으로 남아 있다. 14세의 우칭위안(吳淸源)이 슈사쿠의 기보집 한 권을 달랑 들고 일본으로 건너온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또 이 기보집을 하도 많이 봐 가운뎃손가락이 휘었다는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슈사쿠는 근대 바둑의 체계를 세운 4세 본인방 도사쿠(道策)와 함께 일본에서는 기성으로 추앙받고 있다. 얼마 전 끝난 LG배 세계기왕전 예선에서 일본은 51명이 출전해 본선에 한 명도 진출하지 못하고 전멸하는 치욕을 겪었다. 쇠락해 가는 일본 바둑의 한 단면이다. 지하의 슈사쿠가 이 모습을 봤다면 과연 어떤 심정일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