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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조류독감 '뒷북 방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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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김영훈 경제부 기자

사라진 줄만 알았던 조류독감이 45일 만에 경기도 양주시에서 재발했다.

지난해 조류독감으로 큰 피해를 봤던 양계농가와 닭 관련 업계는 가슴이 다시 철렁 내려앉았다.

조류독감을 예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병 자체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일단 발생한 조류독감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허술한 방역체계가 조류독감을 확산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양주의 양계장에서 닭들이 죽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일이었다.

진료를 한 수의사는 8일 양주시청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경기도는 곧바로 양계장 출입을 제한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기도 축산기술연구소는 전염성이 없는 단순한 대사성 질환이란 결론을 내렸다.

이 양계장이 늙은 닭들을 키우는 곳이어서 평소에도 닭의 폐사율이 높았던 데다 음식 찌꺼기를 사료로 쓰기 때문에 위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선입견이 성급한 판단을 부추겼다.

경기도는 17일 이 양계장에 대한 출입제한을 해제했다.

그러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1일 이 양계장의 닭들이 조류독감에 감염됐다고 확인했다.

나흘 동안 이 양계장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됐다.

18일엔 이 양계장에서 닭 2000여마리가 외부의 도축장으로 출하됐고, 이중 일부가 도매상을 통해 시중에 판매됐다.

통제가 풀린 상태에서 사람과 닭이 드나들면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커진다.

농림부는 뒤늦게 출하된 조류독감 감염 닭의 유통 경로를 추적해 수거하느라 법석이다.

양주의 양계장으로 어떻게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옮아갔는지도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초기 때 검역원에 조사 의뢰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양주의 수의사는 1차조사와 별개로 개인적인 친분을 이용해 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만일 그러지 않았더라면 정부는 조류독감의 발병 사실 자체를 모르고 넘어갔을 공산이 크다.

두달여 만에 조류독감을 진정시키는 세계적인 기록을 세웠다던 방역당국의 자랑이 무색해졌다.

김영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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