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 50주년,시대맞는 개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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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엔창설 50주년을 맞아 축하와 기대속에 총회가 시작됐다.유엔으로서는 1백60여개국의 지도자들이 모이는 특별 정상회의의 기회를 마련하는 등 다른 때보다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는 총회다.유엔은 국제적인 평화유지활동을 도맡아야 하고, 지구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기구라는데서 그 50주년은 온 세계가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축하 못지 않게 유엔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성공적이지 못한 평화유지활동에서부터 인구 몇십만의 작은 나라나,몇억의 큰 나라나 똑같은 권리를 갖는 유엔총회의 기계적 평등주의,비생산적인 개발차관,안보리(安保理) 몇몇 강대국의 배타적인 거부권,사무조직의 비대화(肥大化)와 관료주의 등에 대한 비판이다.
따라서 유엔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와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그런 개혁론이 유엔에 대한 비판들이 모두 옳아서 제기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분쟁지역의 평화유지활동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쟁의 확산억제에 기여한 측면도 적지 않다.또 세계보건기구(WHO)라든가 유네스코(UNESCO)등 산하 전문기구는 많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에서 보자면 6.25전쟁때 유엔의 역할은 1백% 만족할만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현재의 유엔이 시대에맞는 역할과 기능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현재의 유엔헌장은 50년전의 필요에 따라 두차례 세계대전의 교훈을 반영하고 있다.그러나 이제는 당시 보다 모든 것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졌다.
평화유지활동이라는 목표는 변함없지만 평화가 파괴되기 전의 예방활동이 더욱 필요한 세상이 되고 있다.그러기 위해서는 유엔이폭력의 근원인 사회.경제문제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국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필요성이 강력 하게 제기되고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이번 총회를 계기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다.국제적으로 기여하고,국가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지금까지 우리가 젖어 있던한반도중심의 좁은 세계관에서 벗어나 모든 ■계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견해를 갖게 되는 기회로 활용하는 국민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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