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자동차협상 美측요구 내용과 양국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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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번 韓美간 자동차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는 한국시장의 제도적인장애물이 문제라며 이를 획기적으로 시정해 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측은 숫자상으로 볼 때 양국간 자동차 거래의 불균형은심각하다고 주장한다.94년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이 미국에 판자동차는 17만3천대로 미국시장 전체의 1.9%를 점유하고 있다.반면 미국이 지난해 한국에 판매한 차는 1천9 백5대에 불과하며,시장점유율 또한 0.17%라는 것이다.미국은 이같은 통계를 내세우며 한국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한다.따라서 관세및 자동차 관련세금을 대폭 인하하고 소비자 인식개선등을 통해 외제차에대한 각종 제도적인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분상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개선의 여지가 있음은 인정하되 세금인하나 할부금융시장 개방등은 모두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또 최근들어 심화되고 있는 대미(對美)무역적자폭을 앞세운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다.그 러면서 한국은 배기량에 따른 차등과세등 다른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조세주권차원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협상전 예비접촉등을 통해 우리측이 가장 촉각을 세웠던 것은 미국의 요구수위를 정확히 탐문하는 것이었다.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슈퍼 301조를 발동할 경우 한국은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사태가 악화돼 세계무역기구(WTO)로 넘겨져도 우군은 거의없는 편이다.유럽은 물론 일본까지 미국에 가세할 기세를 감추지않고 있다.결국 적당히 양보는 하되 너무 많은 손해는 피해야하는 묘수를 찾아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다.
미국이 강도높은 압박을 가하는 이유는 몇가지로 분석된다.우선지난번 대일(對日)자동차협상때 강공을 폈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꼽힌다.
미국은 또 일본 다음 가는 한국시장의 잠재력도 재고 있다.여기다 장차 미국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공격력」을 감안해 이번에 한국차의 고삐를 잡아두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정치적으로도 통상문제와 관련한 강공은 손해될 것이 없다.특히자동차는 다음 선거에서 클린턴대통령의 득표력에도 직결된다.무척버거운 게임이 될 이번 협상에서 한국 대표단의 협상력에 기대가모아진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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