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채속 막내린 오페라 "춘향전"-첫 일본공연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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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지난 15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시부야(澁谷)에 위치한 쇼와(昭和)여대 강당.「히도미홀」이라 불리는 이곳에 「경로의 날」을 맞이한 재일동포와 일본청중들이 가족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후 5시에 개막된 『춘향전』은 개막 전부터 현지 TV등 언론에서 「한국 최고 오페라의 첫 來日공연」으로 홍보한 탓인지 태풍 제12호 오스카가 북상하는 흐린 날씨였지만 2천2백30석의 객석이 꽉 메워진 가운데 성황리에 진행됐다.
글로리아오페라단(단장 梁水華)이 광복 50주년과 한일수교 30주년을 맞아 공연한 오페라 『춘향전』은 유치진(柳致眞)씨가 쓴 대본에 장일남(張一男)씨가 60년대에 작곡한 4막짜리 창작오페라.15,16일 이틀간 상연된 『춘향전』의 주 역가수로는 춘향역에 소프라노 박수정.박미혜씨,이도령역에 테너 임정근.김영환씨,방자역에 바리톤 최상규.권흥준씨,월매역에 소프라노 김청자.안현경씨가 각각 열연했다.
전체적으로 『춘향전』이 아닌 『방자전』또는 『이도령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춘향역에 부여된 음악적 역할은 약했다.다만 테너 임정근의 눈부신 활약으로 무리없이 음악을 이끌어갔다.소프라노 박수정씨의 자연스러운 발성과 박미혜 씨의 원숙한연기력도 돋보였다.
광한루 다리로 객석과 무대를 연결하는 시도나 빠른 무대전환을위한 장막처리가 눈길을 끌었다.도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오페라 전문 반주악단답게 앙상블이 치밀했지만 긴장한 탓인지 노래와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거지로 분장한 암행어사 이도령이 방자를 만나기 전에 고향을 그리며 부른 노래가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편 전곡을 한국어로 부른 이번 공연에서 관객의 이해를 돕기위해 마련한 일본어 자막은 영화 『서편제』 일본진출 당시 자막번역을 맡았던 일본인이 맡아 현대적 감각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받았다. 공연이 끝난 후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연출가로 활동중인구니아키 이다는 『푸치니의 멜로드라마를 연상하게 하는 수작(秀作)』이라며 『「춘향전」을 한일합작으로 이탈리아 무대에 올리고싶다』고 말했다.
[도쿄=李長職 本社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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