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고속전철로 경주발전"오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14일 정부가 밝힌 「고속전철 경주구간 지하화」는 정부의 정책결정이 얼마나 단견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고속전철 사업 추진과정에서 여러 차례 당초 계획을 수정한 바 있다.경주구간 지하화도 문화재 보호문제로 논란이 일자변경한 것이다.더욱 가관인 것은 경주시 당국이 시민의 이름으로경주구간을 원안대로 지상화하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안이나 경주시의 주장은 무엇이 진정 국민과 시민을 위하는 것인지를 모르는 안일한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우선발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다.
정부와 경주시는 고속전철의 경주 통과가 경주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고속전철이 관광객 수송을 원활히 함으로써 관광수익이 늘어나 경주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내외국인이 경주를 찾는 까닭은 경주만이 갖고있는 세계 3대 고도(古都)로서의 가치 때문이다.이 가치가 상실된다면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상실되는 것이다.경주의 발전은 경주의 보존을통해 모색돼야 한다.
둘째,정부와 경주시의 문화유산에 대한 잘못된 생각도 문제다.
경주의 문화유산은 다른 지역과 달리 경주 그 자체이며 이는 경주시민 뿐 아니라 이땅에서 살아갈 우리의 후손과 민족의 공동자산이다. 정부는 금장리.석장리(현 동국대 경주분교 자리)3.5㎞와 왕경구간 4.5㎞를 우회시킬 경우 개통이 지연된다는 이유를 들어 지하화를 결정했다.
지하화 역시 유적을 파괴한다는 점에서는 지상화와 크게 다르지않다. 조사에 의하면 경주를 통과하는 노선상 발굴이 불가피한 유적이 13개소,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유적이 29개소로 확인됐다. 정부와 경주시가 주장하는 개발이익은 이러한 문화재의 희생,자연환경의 파괴,경관훼손을 대가로 하고 있다.고속전철이 경주를 통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남산 아래 북녘들에 역사(驛舍)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이는 곧 역세권 개발로 통과지역은 물론 인근 망산.일월까지 개발돼 환경이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고속전철의 소음공해는 공항과 맞먹을 정도다.현재 중앙선을 통해 포항으로 가는 화물열차가 경주시내의 역사에 들르지 않고 포항으로 빠지도록 시 외곽쪽으로 철도를 신설한 것도 소음공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하물며 고속전철에 있 어서는 말할필요조차 없을 것이다.정부와 경주시의 고속전철 경주통과 결정은취소되고 고속전철은 대구에서 부산으로 직행하도록 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