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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건축 선진국 프랑스인들이 본 서울·서울·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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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가 관광 마케팅을 위해 해외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프레스 투어에 초청된 프랑스 기자들이 남산골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시 제공]

24일 오후 중구 예장동에 있는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외국인들이 동대문디자인파크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이덕수 본부장의 설명을 열심히 수첩에 적고 있다. 이 사업은 동대문운동장을 2010년까지 휴식·녹지·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다. 설명이 끝나자 이들은 질문 공세를 폈다. “야구장을 없애는 데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진 않았나” “철거상인들에겐 어떤 보상을 해줬나” 같은 까다롭고 구체적인 질문에 담당 공무원은 진땀을 뺐다.

이들은 서울시가 실시하고 있는 ‘서울 프레스투어’에 초청된 프랑스 기자들이다. 이 투어는 세계 유력 매체의 언론인을 초청해 서울 곳곳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서울시 관광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서울시는 올해 15차례에 걸쳐 150명의 해외 기자를 초청할 계획이다.

프랑스팀 6명은 22일부터 엿새 일정으로 초청됐다. 프랑스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리베라시옹, 에어프랑스의 기내지 마담에어프랑스, 여성 전문지 엘르 등에서 미술·사진·건축 등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들이다. 이들은 남산의 야간경관, 동대문 디자인파크 조성,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WDC)’ 및 디자인 올림픽 개최 등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서울시 윤영석 마케팅담당관은 “서울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는 언론인 초청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고 말했다.

프랑스 기자들은 관광 서울 전략에 대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이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서울이 독특한 ‘지역성’을 바탕으로 예술과 대중이 공존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마리 르 포르(28·마담에어프랑스) 기자는 “디자인이라는 슬로건을 너무 강조하면 오히려 개성 없는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며 “동대문디자인파크의 성곽 복원처럼 자연·사람·전통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계획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 제임스 로즈(38·리베라시옹) 기자는 “남산의 야간경관 조명은 서울만의 지역성과 독특한 멋을 살린 좋은 예”라면서 “이런 관광자원을 더 많이 개발해야 외국인들이 오고 싶어하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팀과는 별도로 초청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프리랜서 기자 다니엘 케인(40)은 “서울광장, 청계천 조형물 등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이 너무 많은 것은 단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광도시 서울의 가능성을 높이 사는 시각도 있었다. 장 미셀 알베르티(37·코네상트 데 아트·현대미술전문지)는 “한국인의 밤 문화에 문제가 많다고 들었지만, 오후 11시 명동을 돌아다녀보니 스트레스를 유쾌하게 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 말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역동적인 한국 국민성이야말로 가장 큰 관광자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선욱 기자



“건물 전통미 없고 공장서 찍어낸 듯” 살로몽 프랑스건축가협회장

“한국 건축물에선 전통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없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천편일률적이다. 개성이 강하고 자연친화적인 전통 건축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지 못해 안타깝다.”

프랑스건축가협회(SFA) 회장인 로랑 살로몽(54·사진) 파리국립벨빌대학 교수는 28일 기자와 만나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진정한 보물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전원형 고급 주택단지인 루아르밸리(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의 다음 달 준공을 앞두고 방한했다.

-한국 전통 건축물의 매력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자연이고 풍경이다. 경북 영주 부석사를 보면 주변 경관을 깎고 다져서 인위적으로 세운 것이 아니라 자연 위에 그냥 얹혀 있는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 건축물보다 미학적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중국 건축물은 장대하지만 마치 벽처럼 느껴지고, 일본 건축물은 정교하지만 나약해 보여 건축물이 아닌 가구처럼 느껴진다.”

-한국의 현대 건축물은 어떤가.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경제성을 우선하면서 지역·문화적 특성이 사라졌다. 지역마다 기후·풍경이 다른데도 아파트나 주택은 모두 똑같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을 찾기 힘들 정도다.”

-개선하려면 어디에 착안해야 하나.

“바로 한국의 전통 건축물이다. 세계적 수준의 유산을 보다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주택을 설계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집보다 마을의 특성을 연구한다. 한마디로 ‘함께 사는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또 ‘내 집은 당신 집의 경관’이라는 생각에서 각각의 집이 하나의 경치가 되도록 신경을 쓴다.”

-한국 건축의 미래는 어떻다고 보나.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을 제자로 두고 있는데 한국 학생들은 창의력이 뛰어나고 성실하다. 하고자 하는 열정도 있다. 무엇보다 모범을 삼을 만한 우수한 전통 건축물이 많지 않은가.”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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