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APEC무역자유화 심상치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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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민의 무관심에 가려진채 亞太경제협력체(APEC)의 무역자유화가 진행되고 있다.훗날 협의가 끝나고 나서야 국민들이 사안의심각성을 깨닫게 될 때 또 한번 우리가 겪게 될 혼란은 상상하기조차 불안하다.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제2의 우 루과이라운드(UR)」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있다.
선진국은 2010년까지,개도국은 2020년까지 각자 완전한 자유무역을 실시한다는 목표하에 현재 APEC회원국들이 亞太경제전체에 걸친 자유무역 실천계획을 논의하고 있다.우리는 2020년 개방그룹에 속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만족하고 있는 사이에…. APEC무역자유화에 관해 우리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과제가 세가지 있다.그 첫번째가 예외없이 무역자유화할 것이냐아니면 예외를 받을 것이냐다.그리고 자유화계획을 각국이 자발적으로 마련할 것이냐 아니면 회원국들이 협상을 할 것이냐,또 각국이 취한 자유무역의 혜택을 APEC회원국들만 누릴 것이냐 또는 역외국가도 누리게 할 것이냐 등이 나머지 숙제들이다.
지금 APEC의 분위기로 판단컨대 11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담때까지는▲단순한 협의가 아닌 「협상」을 통해▲「예외없는 무역자유화」에 관한 실천계획을 각국이 내년안에마련한다는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예외없는 무역자유화 합의는 UR이후 동면하고 있던 시장개방논의를 재연시키게 될 것이다.올해부터 전체 소비량의 1%를 수입하기 시작하여 2004년에 가서야 4%를 수입하는 쌀 시장개방에 관한 UR 합의조차 전국적인 반발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쌀 등 농산물까지 예외없이 무역자유화하는 안은 생각조차 하기 힘든 사항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우리나라 외에는 어느 나라도,심지어는 일본까지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또 우리 대통령이 두번에 걸친 APEC 정상회담에서 예외인정에 관 한 적극적인 의견개진이 없었던 것을 마치 우리나라가 예외없는 무역자유화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APEC의 분위기 또한 무시할 수 없다.실천계획 마련에 참여하고있는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예외」를 무역자유화의 원칙으로 고집할 수 없 는 상황이다.과연 우리나라가 자유무역을 원하는지,아니면 명실공히 보호무역국가인지를 대외적으로 검증당해야 하는 불편한 처지에 또 한번 놓이게 된 것이다.
아무리 외토리가 된다 하더라도 당장 벌어지고 있는 실무협의에서는 APEC무역자유화의 기본원칙인 개별회원국의 자율적인 무역자유화를 용이하게하기 위해 최소한의 민감분야에 대해서는 예외가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그 렇지 않으면 APEC무역자유화 전체에 대한 거센 반발로 인해 제조업에 관한무역자유화조차 실시할 수 없게 되고,그럴 경우 亞太경제의 역동성을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연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천계획을 마련함에 있어 개별분야에 대한 자유무역조치의 속도와 범위에서 사실상 농산물을 제외하도록 지혜와 통상력을발휘해야 할 것이다.이렇게 보면 지금으로서는 제조업 및 서비스부문의 시장개방은 UR에서의 합의사항을 가속화시 키되,농산물에관해서는 UR에서의 합의한 내용을 그대로 제출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언젠가는 농산물도 포함한 자유무역이 선진.고급경제로 나아가는 우리경제에도 이로운가,아니면 농업부문은 영원히 자유무역을 할 수 없는 부문인가 등에 관한 국민적 합의가 도출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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