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뉴질랜드대사 소환이유-뉴질랜드의 소극적 태도 불만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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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이동익(李東翊)駐뉴질랜드 대사를 소환한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외무부 문서 변조사건에 대한 문책이 그 하나다.또 하나는 문서변조 혐의를 받고 있는 최승진(崔乘震)前 駐뉴질랜드대사관 외신관의 송환에 소극적인 뉴질랜드정부에 대 한 불만의 표시로 볼수 있다.
정부는 이 사건이 일어난 지난6월 李대사를 소환하려 했다.당시는 순전히 문책차원의 검토였다.그러나 崔씨의 조기송환을 위해서는 李대사가 현지에 남아 진두지휘하는게 좋다는 판단에서 소환을 미뤄왔다.때마침 사건직후 뉴질랜드정부도 崔씨 송환에 최대한협조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이후 상황은 정부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됐다.뉴질랜드정부에 정치적 망명(난민)을 신청한 崔씨에 대한 심사가 자꾸 늦어져 조기송환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진 것이다.
물론 崔씨가 심사관계 서류를 제때 내지 않는등 지연전술을 폈기 때문에 그랬다.그러나 뉴질랜드 정부도 처음과는 달리 모호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나온 점도 부인키 어렵다.
뉴질랜드 정부는 『崔씨의 빠른 송환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우리측의 줄기찬 요구에 『난민지위 부여여부 판정을 위한 법절차가진행중』이라며 무작정 기다리라고 응수했다.뉴질랜드정부의 태도 변화는 崔씨 문제를 인권문제로 규정한 뉴질랜드 야당과 일부 언론을 크게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李대사는 12일 『崔씨의 귀국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절차상문제때문에 내년봄 이전에 崔씨가 귀국하기는 어려울 것같다』고 했다. 게다가 뉴질랜드 정부의 난민불가 판정이 난다해도 崔씨는난민지위항고 심사위원회에 항고할 수 있고,이 위원회결정에 이의가 있을때는 고등법원에 제소가 가능하므로 崔씨가 마음만 먹으면시간을 끌수 있다.
정부가 뉴질랜드와의 외교관계 손상까지 각오하며 李대사를 소환한 것은 崔씨 사건만큼은 어물쩍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뉴질랜드정부에는 崔씨 문제를 신속처리하라는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 한편 새정치국민회의와 김대중(金大中)총재측 에도 압박을가하려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외무부는 이미 金총재와 그의 측근인 권노갑(權魯甲)의원을 명예훼손혐의로 검찰에 고소해 놓고있다. 외무부는 崔씨가 문서를 변조한게 확실해 이번 사건은 결국 외무부가 새정치국민회의에 이기는 게임으로 종결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주재국 대사를 임기이전에 소환하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수단이다.서울주재 뉴질랜드대사도 이 소환을『유감스러운일』이라고 밝히고 있다.따라서 두나라사이가 서먹해질 것이 분명하다. 李대사 후임이 언제 뉴질랜드로 나갈는지 아직은 알수 없다.뉴질랜드에 대한 정부의 감정처리 정도와 뉴질랜드 정부 반응이 관건이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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