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도움 안될 때 정치 떠날 줄 알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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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사랑과 정치는 계산해서는 안 되는 법이지요."

민주당 이만섭(72) 전 국회의장이 21일 "16대 국회를 끝으로 41년간의 의원생활을 마감하겠다"며 17대 총선 불출마 및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8선으로 14, 16대에 국회의장을 역임한 정치원로인 데다 17대에도 민주당의 유력한 비례대표 후보 물망에 올라 있었지만 그의 뜻은 단호했다. "정치인은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는 게 평소 신념이었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해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를 거쳐 31세 때인 1963년 6대 국회에 공화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입문한 李전의장은 '40여년 정치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날치기를 없앴던 것"이라고 힘주어 답했다.

"2000년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주위에서 날치기 사회를 요구했으나 단호히 거부했죠. 3선 개헌에 반대하다가 8년간 정치를 못한 것도 기억에 남고…."

그는 박관용 의장이 최근 경호권을 발동해 탄핵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서도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원의 인격은 존중돼야 하는데,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국회 경위들이 의원들을 끌고 나간 것은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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