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수집 50년 원로 국악인 영남대박물관에 142점 기증

원로 국악인이 평생 수집한 악기를 대학 박물관에 기증했다.

주인공은 영남대에서 1971년부터 2001년까지 30년간 국악개론 등을 가르치고 국악 보급에 앞장서 온 박기환(77·사진·대구시 동구 방촌동)씨.

박씨는 지난 24일 영남대 박물관을 찾아 20대 중반부터 수집해 온 악기 142점 모두를 기증했다. 가야금·거문고·아쟁·생황·편경·편종 같은 전통 악기와 일본·중국·티베트 등지에서 어렵게 구한 외국의 전통 악기들이다. 이 중에는 제작된 지 80년이 넘은 가야금이 있다. 이 가야금 뒷면에는 경주 공방 출신이자 전 소유자인 ‘김화전’이라는 이름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박씨는 1950년대 중반 이 가야금 소리에 반해 며칠을 사정해 당시로서는 거금인 3000원을 주고 이 가야금을 손에 넣었다.

그가 애지중지하던 악기를 선뜻 기증한 것은 ‘음악박물관’이 설립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악기의 변천을 보면 그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알 수 있다”며 “언젠가는 설립될 음악박물관의 밑거름이 되고 대중에게 자주 보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영남대 박물관장 박성용(53·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박물관 기획 전시는 물론 지하철역 문화공간 등을 활용해 시민이 쉽게 전통 악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황선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