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진 자리, 비싼 차 옆 … 스크래치 막을 수 있는‘방어 주차’의 명당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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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며칠 전 아내와 은행에 갔습니다. 주차장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기다리던 중 갑자기 ‘쿵, 찌지직’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사이드미러로 살펴보니 옆 차에서 하차하는 사람이 문을 세게 열면서 제 차 문짝에 스크래치가 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냥 볼일을 보러 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그 사람을 부르고 손상 부위를 가리켰습니다. 최소한의 사과는 받아야겠다 싶어 물었죠.

“남의 차를 손상시키고 그냥 가십니까?” “블루투스 핸즈프리를 끼고 있어 몰랐습니다.”

차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제 ‘애마’에 생긴 스크래치가 내 몸의 상처나 다름없습니다. ‘소리는 들을 수 없다 해도 충돌에 의한 진동은 오히려 몸으로 더 잘 느낄 수 있으니 거짓말 마시오!’하는 말이 성대를 지나 입술 안쪽 3㎜ 지점까지 밀려 나왔으나 괜한 시비로 감정 싸움이 생길 것 같아 그만뒀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일주일 뒤, 이번엔 백화점 주차장에서였습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옆 차 운전자가 마치 서부시대 총잡이가 선술집 스윙도어 밀 듯 문을 열어젖힙니다. ‘쿵~~찌이익’.

사실 알고 보면 주차해 있을 때 우리가 모르게 이런 일은 언제든지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남이 해놓고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흠집들을 ‘생활 스크래치’라고 하는 것이겠죠. 하긴 5마일 범퍼를 기본으로 장착하고, 앞뒤 차를 밀치는 것이 당연한 나라도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선배에게서 재미난 얘기를 듣게 됐습니다. 이른바 ‘방어 주차 요령’이란 것이었죠. 주차 장소를 잘 골라야 스크래치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참고로 이 선배는 손 세차는 기본이고 정기적으로 코팅과 광택을 해서 자신의 검은색 차를 거의 거울 수준으로 빛나게 만드는 사람으로, ‘자동차 스크래치 노이로제’라는 이상한 병(?)을 앓고 있습니다.

우선 지하주차장에서는 가장 구석진 자리가 명당이랍니다, 최소한 한쪽 면은 보호받을 수 있다나요. 둘째는 차의 정면이 주차장 통로를 향해 있는 차들 사이라고 합니다. 후진으로 나가는 차는 옆 차와 접촉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는군요.

셋째, 주차하기 안전한 장소가 소위 비싼 차 옆자리라는데, 자신이나 상대방이나 비싼 차에 흠집이 생길까 봐 문을 조심스럽게 여닫는다고 하네요.

이야기를 듣다가 저 역시 주차장에서 만나게 되는 고마운 두 부류의 운전자가 떠올랐습니다. 당연히 첫째는 자기 차 문을 여닫을 때 옆 차에 닿지 않게 조심하는 분들이고, 둘째는 출고 때 붙어 나온 파란 스펀지를 주위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계속 붙이고 다니는 배려심(?) 있는 분들입니다. 획일적인 파란 스펀지를 차량 색상과 동일하게 좀 만들어 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요.

자동차 모는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당부드립니다. 주차장에서 자동차 문을 살살 열고 닫읍시다!

남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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