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절반 펀드로 굴리면 5년 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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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나는 창 종자돈 적립식 펀드에 털어넣어라

펀드 우리투자증권 조한조 펀드애널리스트는 실전(實戰)의 고수다. 원금 4500만원을 펀드로만 굴려서 7년간 2억원을 넘게 벌었다. 그는 “젊을수록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대한 장기투자가 가능하고, 월급이라는 고정소득의 장기 안전판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식 관련 상품의 비중을 높게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K씨에게 월급의 절반을 주식형 펀드에 넣으라고 권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일단 급여의 상당액을 적립식으로 꼬박꼬박 내면 건전한 지출 습관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구체적인 상품으로는 국내에선 성장형인 미래에셋 인디펜던스 펀드와 가치형인 SH운용의 탑스밸류를, 해외에서는 슈로더투신의 브릭스 펀드 등에 나눠서 돈을 넣으라고 말했다.

목표수익률은 연 11~12%로 잡으라고 권했다. 턱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금리+α’를 노리는 전략이 길게 봐서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욕은 무리수로 이어져 일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목표수익률로 K군이 월급에서 매달 125만원씩 5년간 굴리면 1억원이 모인다.


1억원 정도가 모이면 투자는 날개를 단다. 다양한 상품에 효과적으로 분산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투자의 긴 여정에 첫발을 내디디면 안목을 키울 기회도 많아진다. 주가 시세판을 한번 더 보고, 미국의 경제 뉴스에도 귀가 곧추선다.

조 애널리스트는 새내기 투자자들에게 4단계로 ‘투자의 계절’을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회복기→주식형펀드’‘경기확장기→원자재를 포함한 실물펀드’‘경기후퇴기→채권형펀드’‘불황기→현금성 자산 투자’라는 큰 그림을 보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라는 소리다.

이런 감각을 잘 유지하는 건 초보 투자자들에겐 금과옥조다. 역사적으로 보면 대중은 언제나 시장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뒷북 투자’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의 중국펀드 열풍이 그랬다. 경험 없는 투자자일수록 귀가 얇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이 적립식을 권하는 이유도 시장의 출렁임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뜻이다.

조 애널리스트는 “새내기 투자자일수록 몰려다니지 말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포스코 같은 대형 우량주 5개 정도로 자신만의 투자 보따리를 만들어 보너스 등으로 목돈이 생길 때마다 꾸준히 사모아 10년 이상 장기 보유하는 뚝심형 전략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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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한 벌의 갑옷 질병·사망보다 사고에 대비해야

보험 iHappy의 이택주 재무설계사는 중앙일보의 인기 연재물인 ‘재산 리모델링’의 보험담당 베테랑 자문위원이다. 그는 “상담을 하면 부동산·펀드는 전문가 의견에 절대적으로 수긍하는데, 보험은 이런저런 개인 소신을 굽히지 않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보험이란 게 몇 개씩 가입할 정도로 생활밀착형 상품이다 보니 나름대로 전문가를 자처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복 가입’ 문제가 심각하다. 설계사들도 대개 새내기 사회 초년생들에게 “질병보다는 재해를 집중 보장하는 상해보험에 우선 가입하고, 결혼한 뒤 필요한 보험을 추가하라”고 권한다. 이와 달리 이 설계사는 “K씨 같은 신입사원의 경우 한 방으로 기본적인 보장이 가능한 상품을 활용하는 게 낫다”고 했다.

생보사 쪽에서는 종신보험이 대표적이다. 가장이 숨질 때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유족들에게 보험금을 주는 상품이다. 최근엔 보험료가 비싸다는 판단에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특히 질병 특약을 주계약에 연동시켜 놓았기 때문에 제대로 특약을 받으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주계약 보험료를 높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설계사는 “잘 찾아보면 PCA생명처럼 최저 사망보험금을 1000만원 정도로 맞춰도 특약 가입에 별다른 제약이 없는 설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나중에 가족이 늘어 사망보험금을 늘려야 한다면 보험료가 싼 ‘정기보험’으로 완충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보험료는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만 보장성 보험은 가족 총수입의 7~8% 수준이면 적정하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이 설계사의 제안대로 소득과 가족이 늘면 보장을 얹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이 설계사는 “가입자의 성향에 따라 실제로 질병 치료에 들어간 돈에 대해 보장받고 싶다면, 손해보험사의 민영 의료보험을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란한 광고 문구에 홀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 보장한다’거나 ‘다칠 때마다’ 돈을 지급한다는 사례가 그렇다. 여러 설계사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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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보물지도 ‘성장의 꿈’을 먹고 자라는 주식에 물을 줘라

주식 현대증권의 오성진 포트폴리오 분석부장은 ‘꿈나무 주식’의 전문가다. 자녀에게 물려줄 10년짜리 주식을 발굴하라는 지론으로 유명하다. 새내기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전문가인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기는 것이 좋지만, 직접 종목을 골라서 투자할 때 겪는 기쁨과 좌절도 부(富)의 토양이 된다. 10년간 주가가 1200% 오른 삼성전자가 좋은 사례다. 손수 투자를 해보면 기업과 시장 보는 안목은 더욱 정밀해진다.

매일매일의 기상도에 휩쓸리지만 않는다면 주식 고르기가 꼭 어려운 것도 아니다. “상한가 칠 종목 하나 찍어줘….” 이런 조급증부터 버리면 된다.

오 부장은 초보에게 유용한 ‘4원칙’을 들려줬다. 먼저 이익이 증가하는 기업을 사는 것이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배당수익률+이익증가율’이므로, 실적이 꾸준히 늘어날 기업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라는 얘기다. 둘째로 그는 “시장지배력이 1등인 기업을 사라”는 권고도 보탰다. ‘제품경쟁력=기업경쟁력=기업문화+직원생산성+조직효율성’이고 이런 요인을 잘 들여다 보라는 것이다. 오 부장은 셋째로 영업이익률이 10%를 넘는 기업도 꼽았다.

회사가 ‘규모의 경제’에 이르고 본격적으로 수익이 증가하는 시점은 이익률이 10%를 넘어설 때이기 때문이다.

그는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권유도 덧붙였다. 10년마다 끊어서 보면 시가총액 10위 자리를 유지한 기업은 많지 않다. 특히 실체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종목을 사는 게 적중 확률을 높여주는데, 이런 기업은 평소 우리가 지갑에서 돈을 지출하는 종목이어서 관심만 두면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길게 돈을 묻어두는 가치투자자들도 즐겨 쓰는 방법이다.

새내기 투자자들이 10년 후를 보고 품을 만한 구체적 종목으론 신한금융지주와 아시아나항공·모두투어·팅크웨어 등을 꼽았다. 해당 업종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인정받거나 성장성이 부각되는 주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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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틈새를 막아라 ‘장마펀드’와 연금펀드로 이중 차단벽을

절세 월급명세서를 볼 때마다 가장 속 쓰리는 게 세금 등 각종 명목으로 떼이는 돈이다. 근로소득세·건강보험·국민연금 등으로 줄줄이 나간다. 그러나 소득공제를 잘 활용하면 ‘13월의 보너스’를 즐길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정상윤 자산관리 세무사는 ‘내집마련·노후연금’의 스펙트럼에 비춰 절세 전략을 짜라고 권했다.

먼저 집을 장만하려면 아파트를 청약할 수 있는 자격과 그 집을 살 돈이 있어야 한다. 청약통장은 월 10만원 이하를 납입하기 때문에 주택자금으로는 턱도 없다. 정 세무사는 “청약통장과 함께 ‘장기주택마련(장마)’ 저축이나 펀드를 겸비해야 한다”며 “주택자금으로 세금 혜택을 누리려면 7년 이상 돈을 넣어야 하므로 확정금리를 주는 저축보다는 장기적으로 주가상승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펀드가 초년생에게 낫다”고 했다.

따라서 청약통장은 이자소득에 대해 저리(9.5%, 원래는 15.4%)로 과세하는 세금우대 방식을 활용하고, 연 300만원 한도로 불입액의 40%를 소득공제받는 장마 펀드로 짝을 맞추면 훌륭한 전략이 된다. 아울러 장마 펀드의 소득공제 혜택을 모두 누리려면 연 750만원(월 62만5000원)을 납입하면 된다. 이때 연봉 3000만원이면(17% 소득세율 가정) 51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정 세무사는 “장마 펀드에 가입한 뒤 5년 안에 해지하면 가산세가 부과되니 조심하라”고 했다.

연금도 마찬가지다. 10년 넘게 돈을 부어야 하는 연금 펀드에 들면 불입액 전부에 대해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는다. 절세 혜택과 5년 내 해지 시 벌칙은 장마 펀드와 같다. 개인연금에는 보험사의 변액연금처럼 꿀맛 같은 소득공제는 없지만 연금을 받을 때 비과세되는 상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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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회계’는 깐깐하게 ‘내 사전에 연체는 없다’는 각오를

신용 회사원 이모(38) 차장은 직장생활 10년째인데 아직도 빚에 허덕인다. 신입사원 때부터 매달 나오는 월급과 연말 성과급만 믿고 점점 씀씀이를 키웠더니 지금은 마이너스 통장이 2개이고 카드 현금서비스도 자주 받는다. 금융회사들이 매긴 점수가 좋을 리 없다. 얼마 전 이사 때문에 신용대출을 받으려다 핀잔을 잔뜩 들었다.

신용관리가 엉망인 것은 새내기 시절부터 ‘마음의 회계(mental accounting)’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 정도는 써도 된다’는 자기합리화가 장부를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한국개인신용(KCB)의 김용봉 신사업추진부장은 “주택마련 자금만 봐도 요즘은 빚 없이 살기 어렵다”며 “빚을 피할 수 없다면 신용은 또 다른 재산”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6월부터 ‘연대보증’제도가 없어진다. 김 부장은 “은행은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에 의존해 가계대출을 취급할 것”이라며 “신용 문제가 다시 핵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소액의 잦은 연체가 습관이 되는 사례를 허다하게 봤다”며 “연체는 금액에 상관없이 단 하루도 안 한다는 철칙을 지키라”고 강조했다. 일단 자신의 신용정보를 확인하고 분수부터 알아야 한다. 김 부장은 “초년생은 주거지 변경이 잦아 자기도 모르게 연체하는 경우도 많으니 조심해야 하고, 주거래 은행을 만들어 급여이체·카드대금 결제·공과금 이체 등을 한 곳으로 모아 거래능력을 인정받으라”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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