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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만 개 넘는 업체에 개인정보 뿌려졌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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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03면

하나로텔레콤이 회사 차원에서 고객 6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유출시킨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고객들은 집단소송에 들어갈 태세고, 경찰은 관련 업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통신업체가 무엇을 위해 고객 정보를 흘리고,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받았는지 의문이 꼬리를 문다.

하나로텔레콤 600만 명 ‘고객 정보 유출’ 파문 확산

해지 3년 지난 고객 정보도 넘겨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의 수사 결과 본격적으로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은 2006년 3월. 당시 고객 정보 관리시스템을 재정비한 하나로텔레콤은 고객 정보를 전국 텔레마케팅(TM) 업체에 넘기기 시작했다. 대상은 한 번이라도 가입했던 고객 600만 명의 정보 8500여 만 건. 계약을 해지한 지 3년이 지난 고객은 A형, 해지 1년 이내의 고객은 B형, 현재 가입자는 C형으로 분류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해지 고객 명단은 즉시 파기해야 한다. TM 업체들은 이 명단을 갖고 하나TV와 하나폰 등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걸었다. 지난해 1월부터는 하나로텔레콤 상품을 하나로 묶은 ‘하나 세트’ 패키지를 집중 판매했다.

그러나 경찰은 개인정보 유출이 당초 발표한 ‘1000개’보다 훨씬 큰 규모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의 패키지 상품은 전략유통망과 지역유통망, 지역센터 등 세 가지 경로로 판매됐다. 이 중 전략유통망은 전국에 80여 개가 있고, 각각의 유통망은 130여 개씩의 TM 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1만 개가 넘는 업체에 개인정보가 흘러내려갔다는 것이다. 하나로텔레콤은 이들 유통망에만 기대지 않았다. 신용카드 판매업체와 바이러스 백신 등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을 파는 업체에도 손을 뻗쳤다. 업체에 고객 정보를 주는 대가로 자사 패키지 제품을 팔도록 했다. 장관승 경위는 “하나로텔레콤은 백신 업체 등이 해당 정보를 이용해 올린 매출액에서 절반을 챙겨갔다”고 설명했다.

“ “M&A 협상 겨냥 올인” 시각도
이런 식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노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2006년 첫선을 보인 하나TV는 3월 현재 89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인터넷TV(IPTV) 시장에서 경쟁업체인 KT(메가TV)를 누른 상태. 경찰은 2006년 5월 하나로텔레콤이 발표한 공정공시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회사 측은 “2008년 IPTV에 대한 법적 규제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07년까지 하나TV 가입자를 100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IPTV 시장 선점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란 게 경찰의 얘기다. 통신업계에서는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 출신인 박병무 전 대표이사가 올해 초 SK텔레콤과의 인수합병(M&A)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가입자 확대 드라이브’를 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는 21명의 전·현직 지사장과 함께 불구속 입건돼 25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 측은 “박 전 대표가 취임하기 이전인 97년 회사 설립 때부터 TM 업체와 고객 정보를 공유해 왔다”며 “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관행인데 우리만 표적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단 소송을 위해 현재 1만8000명의 피해자를 모은 유철민 변호사는 “하나로 측은 고객 동의를 받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포괄적이고 반강제적이었다는 점에서 불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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