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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후 달인 청룽·리롄제를 한 영화로 꿰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9호 08면

포비든 킹덤: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The Forbidden Kingdom) 감독 롭 민코프 주연 마이클 안가라노·청룽·리롄제 상영시간 105분 개봉 4월 24일 제작연도 2008

청룽(成龍)과 리롄제(李連杰)를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쿵후 영화 팬들에게 축복이나 다름없다.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 켈리를 한 편의 뮤지컬에서 보는 것과 같은 ‘횡재’다. 비록 두 배우 모두 쿵후 배우로선 전성기가 한참 지난 중년의 나이지만, 홍콩 영화의 황금기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두 배우의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포비든 킹덤’의 가치는 충분하다.

중국 본토(리롄제)와 홍콩(청룽) 출신의 두 달인을 한자리에 모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할리우드 스튜디오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과 ‘스튜어트 리틀’을 연출한 롭 민코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가는 주인공으로는 아역배우 출신인 마이클 안가라노가 출연한다. 1인 2역으로 출연하는 두 배우 청룽과 리롄제는 주인공을 도와 금지된 왕국으로 향하는 스승 역할을 담당했다. 영어권 관객을 위해 두 배우는 영어로 대사를 소화한다.

‘포비든 킹덤’은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의 익숙한 조합이다. 청룽과 리롄제 이전 세대의 홍콩 영화에 바치는 존경으로 오프닝 시퀀스를 장식한 ‘포비든 킹덤’은 ‘아웃사이더’를 연상시키는 도시 뒷골목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미국 보스턴에 사는 약골 소년 제이슨(마이클 안가라노)은 중국인 노인이 운영하는 차이나타운의 DVD 가게에서 고전 쿵후 영화를 빌려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베스트 키드’의 랄프 마치오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제이슨은 노인의 돈을 노리던 동네 불량배들의 범죄행각에 휘말린다. 노인의 가게에 있던 황금색 봉에 이끌려 낯선 세계로 빨려들어간 제이슨은 이제 ‘네버 엔딩 스토리’와 ‘오즈의 마법사’의 주인공이 된다. 고대 중국과 흡사한 미지의 왕국에 들어선 제이슨을 돕는 인물은 무술의 절대고수 루얀(청룽)과 란(리롄제).

제이슨이 500년 동안 봉인돼 있던 손오공을 깨울 수 있는 예언의 인물임을 알아본 루얀과 란은 각자의 스타일로 제이슨을 수련시킨다. 전설의 마스터를 깨우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중간계의 지배자인 악당 제이드 장군(예성)과 싸워야 한다. ‘황금봉 원정대’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청룽과 리롄제의 정면대결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포비든 킹덤’을 보고 실망할지도 모른다. 선과 악의 대립 혹은 승패를 가르는 결투가 없기 때문이다. 두 명의 스승이 한 명의 제자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신경전 정도가 전부다. 단 한 번 두 고수가 맞붙는 장면이 있지만 승패가 관건이 아닌 탓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무술감독 위안허핑(袁和平)의 지휘 아래 취권·사권·학권 등을 재현하는 청룽과 리롄제의 대결 장면은 부족하나마 고전 쿵후 영화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금연자’의 칭페이페이(鄭佩佩)를 떠올리게 하는 골든 스패로(劉亦菲)와 ‘백발마녀전’의 린칭샤(林靑霞)를 연상시키는 백발마녀(李氷氷)의 등장도 흥미롭다.

‘포비든 킹덤’은 10대 중반 이하의 관객을 위한 판타지 영화다.
성장 영화의 틀을 빌려 액션 판타지를 연출한 롭 민코프 감독의 전략은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거뒀다. ‘포비든 킹덤’은 청룽과 리롄제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하며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만, 영화 속 쿵후의 세계는 서양인의 시점에서 본 관광상품이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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