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21.논술과 논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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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대학입시에 논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논리학 교재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많이 팔린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일부 신문에서도 지면을 할애해 논리학의 내용을 쉽게풀어 연재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마치 논리학을 학습하면 좋은논술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이 논리학을 소개하는 책이나 신문연재물이 좋은 글을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특히 지난 회에 설명한 것처럼 「오류론」은 논리적 일관성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번쯤 봐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하지만 논 리학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논리학은 논리적 이치나 논리적 형식의 타당성을 따지는 학문이다.다시말해 하나의 주장을 개진하는 하나의 판단으로부터 다른 판단을 이끌어내는 논리적 과정이 이치에 맞는 가를 따지는 것이다. 가령 「허재의 키는 1백87㎝이다」로부터 「허재의 키는 2보다 작다」,혹은 「허재는 1백50㎝보다 크다」는 논리적으로타당한 주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그러나 이처럼 논리적 이치에 맞는다고 모두 쓸모있는 생각은 아니다.다시말해 논리 적 이치를다 지킨다고 곧바로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거나 좋은 논술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며,논리가 요구하는 이치는 올바른 사고를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라는 것이다.
좋은 논술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논리학보다 인문사회과학 전반에서 제기되는 쟁점들을 학습해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올해 中央日報.교육부가 주최한 제1회 논술경시대회에서도 가장비중이 높은 40%가 배점된 「내용」평가에서 많은 학생들이 낮은 평가를 받은 것도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을 교과서적으로 암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그보다는 하나의 쟁점을 두고 서로 상반된 주장이 개진되는 일련의 논쟁적 과정의 이론적 결과들을 학습해 두는 것이 좋은 논술을 쓰는데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다.그럴경우 주어진 논제가 어떤 맥락에서 제시된 것이고,그 쟁점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정당화할 것인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나아가 논쟁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비판과 반론의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거나 상대의 주장을 비판하는데 논리적으로 일관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훈련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에는 「감정적인 비판이나 일방적 옹호는 설득력을 잃는다」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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