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관리한다더니 물가 더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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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할인점에 간 주부 최은선(37·서울 창동)씨는 야채 코너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조금 비싸도 친환경 농산물을 주로 사던 최씨였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 선뜻 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가 생활 필수품 가격을 관리한다더니 물가는 계속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52개 생필품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물가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장바구니 물가는 더 올랐다. 애초부터 정부가 나서서 생필품 가격을 관리하려고 했던 게 무리였던 것이다.

본지가 3월 말 이마트·롯데마트의 전국 표준 판매가를 4월 말 가격과 비교한 결과, 농산품은 대부분 가격이 크게 뛰었다. 조사는 52개 품목 중 공공요금과 지역별 편차가 큰 제품을 뺀 29개 품목을 대상으로 했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배추였다. 롯데마트의 배추 가격은 지난달 23일 한 통에 1020원이었으나 한 달 만에 1680원으로 64.7% 올랐다. 이마트의 깐 마늘(340g)은 지난달 25일 1780원 하던 것이 2580원으로 한 달 새 44.9% 뛰었다. 양파·삼겹살·무도 이 기간 15% 이상 올랐다.

저장 물량은 동이 났고 햇농산물 수확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축 물량을 풀어 농산물 가격을 잡겠다고 했던 정부 대책이 시기적으로 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이마트의 농산물 구매담당 이명근씨는 “농산물은 수급 상황에 따라 매일 가격이 변한다”며 “정부 대책보다 날씨가 더 큰 변수”라고 말했다.

할인점에서 파는 공산품 가격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제조업체가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가 압박은 턱밑까지 차 올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을 이미 올렸어야 했지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인상 시기를 미루고 있다”며 “제분 사업의 적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분은 21일 밀가루 값을 17~28% 올렸다. 샴푸·세제의 원료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할인점보다 가격 변동이 심한 재래시장에선 이미 공산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서울 시내 300개 업소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식용유 가격은 한 달 동안 최대 3.3% 올랐다.

연세대 성태윤(경제학) 교수는 “제조업체나 유통업체가 상품 가격을 정상적으로 올리지 못하면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가격을 인위적으로 관리하려는 정부의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유통 구조를 바꾸고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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