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분자 6개까지 잡아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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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온실가스도 표준이 있다? 그렇다. 온실가스 저감장치가 있다고 치자. 그 장치가 얼마나 온실가스를 걸러내는지 알아내려면 척도가 되는 온실가스가 필요하다. 그런 척도를 제공해 주는 표준 온실가스가 있는 것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정순 박사팀은 2002년부터 6년에 걸쳐 온실 가스들인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의 표준 가스와 측정 장치를 개발했다. 불소(F)가 들어간 물질은 냉매나 반도체 공정에서 세척제로 많이 쓰이는 물질로 지구온난화 지수가 높다. 또 지구 대기 중에 쌓이기 때문에 미량이라도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측정장치는 1조 개의 공기 분자 중 6~7개의 육불화황의 분자까지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표준 온실가스는 측정장비의 교정, 온실가스 저감장치의 성능 검증, 알지 못하는 물질의 이름과 양의 측정 등에 활용한다.

측정장비 교정의 경우 저울의 0점을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 표준 온실가스에 맞춰 놓으면 어떤 공기에 온실가스가 일반 공기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이 포함돼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 온실가스 저감장치의 경우 생산업체가 자사 제품의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측정하려면 이런 표준 물질이 필요하다. 최고품의 표준 온실가스는 30L들이 한 통에 250만~300만원이다. 이 박사는 “표준 물질 제조 기술과 장비 구입에 대한 문의가 미국·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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