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신의못생긴여자는없다] ‘콧대’ 높은 한국 여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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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의 크기를 정력의 척도로 삼은 것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고대 로마시대에서조차 남성들은 코를 통해 자신의 성기가 크다는 사실을 은근히 자랑한 듯하다. ‘로마의 코(Roman Nose)’라는 말은 ‘물건 썩 괜찮네’란 뜻의 찬사였다. 심지어 성범죄자를 처벌할 때 코를 자르는 형벌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렇듯 남성의 코는 정력과 재력·권력과 같은 지배력의 상징이었다.

얼굴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 여성의 코도 예외는 아니다. 반듯하게 적당히 솟아오른 코는 단아하고, 이지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또 높은 콧등에 우뚝 선 콧날은 강인한 의지와 고집의 표상이다. 반면 작고 펑퍼짐한 코는 왠지 미숙하고, 천박하게 보인다.

코는 특히 옆모습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역광으로 보는 여성의 이마에서 콧등과 코끝, 그리고 도톰한 입술, 턱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코가 낮은 동양인의 얼굴은 안타깝게도 옆모습에서 점수가 깎인다. 이는 카메라의 다양한 각도를 의식해야 하는 연예인들 사이에 코 성형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코 성형은 묘미가 있다. 눈 성형이 정면의 모습을 바꿔주는 ‘평면의 예술행위’라면, 코 성형은 옆모습까지 변화시키는 ‘3차원적 공간예술 행위’다.

요즘 미국 교포 여성들이 국내 성형외과를 곧잘 찾는다. 재수술을 받기 위해 필자를 찾은 40대 초반의 Y씨도 그중 한 명이다. 10여 년 전 미국의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에게 코를 높이는 수술을 받았는데 갈수록 변형이 심해져 얼굴을 들 수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코의 모양을 망가뜨린 원인은 자가조직이었다. 코를 높이기 위해 집어넣는 보형물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갈비뼈나 엉덩이뼈에서 떼어낸 연골 또는 진피조직이고, 다른 하나는 실리콘이나 고어텍스 같은 안정화된 이물질이다.

Y씨의 경우엔 갈비뼈 연골을 사용했는데 세월이 가다 보니 몸 안의 조직에 흡수돼 모양이 망가진 것이다. 이 경우 조직끼리 유착돼 재수술도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자가조직의 경우 이물반응이 없어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장애가 된 것이다.

실리콘은 모양이 바뀌지 않고, 빼기 쉬워 재수술이 용이하다. 그렇다고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 예컨대 콧등이 좁은 사람에게 실리콘을 얹으면 더 좁게 보인다. 이 경우 진피를 떼어 콧등을 덮으면 날카롭던 인상이 귀엽고 여유롭게 바뀐다.

20여 년 전만 해도 코 수술 하면 실리콘 하나 넣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요즘엔 뭉툭한 코끝을 예쁘게 다듬고, 콧방울(코의 양쪽 날개)을 날씬하게 좁히는 등 코 성형만 수십 가지에 이른다. 소비자가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환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다 보니 한국의 성형 기술이 예술행위에까지 이를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 된 것이다.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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