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가구가 ‘아리랑’ 브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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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탈리아 명품 부엌가구 업체 마이스트리가 ‘아리랑’이란 브랜드를 단 신제품을 상반기에 출시한다. 국내 가구업체 한샘과 공동 디자인해 국내는 물론 유럽과 미국·러시아 등에서도 역시 아리랑이란 이름으로 판다. 16~2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구박람회에서 마이스트리의 가브리엘 브리그헨티(사진) 사장을 만났다. 그는 “디자인 명품은 회사 외부 디자이너의 다양성에 문을 열어 놓아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리랑이란 이름을 택한 사연은.

“연 2조원대로 급성장하는 한국의 고급 부엌가구 시장을 노렸다. 아리랑은 유럽에서도 친숙하다. 동양적 향취에 인체공학 설계를 가미하면 세계 시장에서 통할 것이다.”

-디자인은 누가 했나.

“우리 회사의 잔 루이지 회장이 손수 했다. 한샘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색깔을 조언했다.”

-부엌가구 디자인에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데.

“이탈리아는 디자인 최강국으로 꼽힌다. 오랜 역사와 문화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미국처럼 현대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곳이 쉽사리 따라오기 힘든 분야가 바로 디자인이다. 훌륭한 디자인은 문화나 역사에 관한 이해가 밑바탕에 깔려야 한다.”

-아리랑은 너무 한국적인 코드 아닌가.

“가구 디자인은 국제화한다. 자동차나 영화가 그렇듯이 부엌가구도 여러 나라 문화가 녹아들어 전 세계 주부들의 기호에 맞춰야 한다.”

-나라마다 주부들의 요구가 다를 텐데.

“그렇지 않다. 미국·러시아·중동 어디든 주부의 취향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부엌일 할 때 편리하게 동선에 맞춰 싱크대와 서랍장을 배열하는 것 등이 그렇다. 선호 색상도 엇비슷해진다.”

-명품 부엌가구 업체로서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밀라노에는 이탈리아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온 우수 디자이너가 우글우글하다. 우린 이들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빨아들이려 노력한다. 명품 디자인은 회사 내 순혈주의보다 외부 디자이너에 대한 개방성이 중요하다. 우린 내부 디자이너도 있지만 프로젝트별로 외부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긴다. 삼성·LG가 아르마니나 프라다와 제휴해 TV·휴대전화를 디자인하는 것도 좋은 착상 같다.”

밀라노=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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