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사느냐 죽느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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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실시되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이긴다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물러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힐러리가 승리할 경우엔 경선을 지속할 힘을 충전하게 된다.

현재 판세는 힐러리가 약간 유리하다. 그러나 지지율 격차가 지난달 초 20%포인트에서 5~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자금력에서 앞서는 오바마가 힐러리의 3.5배나 많은 돈을 쓰며 TV광고 공세를 벌인 데 따른 효과다. 특히 30세 이하의 젊은 층이 오바마 쪽으로 결집하고 있다.

둘의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면서 비방전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오바마마저 네거티브 공세에 나섰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보스니아 방문 시 비행장에 쇄도하는 저격수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쏜살같이 달렸다”는 힐러리의 말실수를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그의 TV 광고는 힐러리가 거짓말쟁이라는 느낌을 준다.

힐러리는 오바마를 ‘알맹이 없는 떠버리’라고 비난했다. 오바마가 20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보다 낫다”고 하자 힐러리는 즉각 “우린 매케인에게 갈채를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 매케인을 이길 사람을 후보로 뽑아야 한다”고 공격했다.

힐러리는 20일 천군만마 격으로 ‘피츠버그 트리뷴 리뷰’의 지지를 얻어냈다. 특히 이 신문의 오너 겸 발행인인 리처드 멜런 스카이프는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비리를 조사하던 보수단체 등을 사재를 털어가며 후원했던 전력이 있다. 이 신문은 20일자 사설에서 “오바마는 대통령이 되기에는 경험이 너무 적은 반면 힐러리는 주지사와 대통령의 부인, 자력에 의한 재선 상원의원으로서 훨씬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 등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행되는 여타 신문들은 대부분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다. 또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도 21일 사설에서 오바바 지지를 선언했다. FT는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 민주당원들은 펜실베이니아 프라이머리 이후 오바마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확보한 대의원 수에선 오바마가 1644명으로 힐러리(1498명)를 크게 앞서고 있다(CNN 기준, 수퍼대의원 포함). 펜실베이니아주 프라이머리엔 158명의 대의원(수퍼대의원 제외)이 걸려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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