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낮춘 주택연금 뜰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집은 있으나 소득이 부족한(House Rich, Cash Poor)노년층을 겨냥한 금융상품이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은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지급한다. 가입자는 사망할 때까지 살던 집에 그대로 살면서 연금을 받게 된다.

이처럼 생활과 주거 안정 보장이란 장점으로 지난해 여름 도입 당시 이목을 끌었던 주택연금은 이후 가입자가 줄어드는 등 침체를 보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담보 대출이 끼어있으면 신청 조차 되지 않는 점도 있었다. 이런 점이 까다롭다며 불만을 나타내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는 것이 금융 업계 관련자들의 말이다. 그러다 지난 3월부터 담보 대출이나 전세보증금이 끼어 있는 집도 주택 연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제도가 바뀌었다. 이후 신청과 가입 건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과연 주택연금의 열기가 살아나는 것일까.

일단 현재로선 제도가 바뀐지 한달여 밖에 되지않아 활성화 여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그집을 처분해 그동안의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하게 된다.

정산하고 금액이 남으면 이를 유가족에게 물려준다. 현재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집은 1세대 1주택으로 시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가입할 수 있는 연령은 65세 이상이며 부부일 경우는 둘 중 나이 적은 사람이 65세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동안 얼마나 가입했나=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건수는 지난해 7월 처음 국내 도입된 이후 올해 4월10일까지 모두 637건이다. 지난해 8월 14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10월 110건, 12월 66건, 올해 2월 22건으로 줄어들다가 올 들어 3월에 50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3월 들어서는 신청 건수도 다시 늘어나 제도 개선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청건수는 지난 1월에 60건, 2월에 35건으로 감소하다 3월 88건으로 증가했다. 소비자가 은행 창구 등을 통해 주택연금을 신청하게 되면 보름 정도 기간을 거쳐 심사한 뒤 발급하게된다.

지난 3월까지 주택연금 가입자가 받는 평균 월 지급 금액은 98만7000원이다. 또 담보로 제공한 주택의 평균 가격은 2억3800만원이었다. 담보로 제공한 주택 가격은 1억~2억원 미만이 30.2%로 가장 많았다.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4세였다. 전체 가입자를 연령별(부부의 경우 최저 연령자 기준)로 보면 65~69세가 22.4%, 70~74세가 33.5%, 75~79세가 26.2%, 80세 이상이 17.9%다.

◆달라졌거나 달라질 제도=지난달 중순부터 은행 담보 대출이나 전세 보증금이 들어있는 집도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전 까지는 담보 대출이나 전세 보증금이 끼어있으면 이를 모두 갚아야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주택연금에서 목돈을 받아서 담보 대출 등 빚을 갚는다는 확약서 등을 쓰면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즉 주택연금에서 받을 수 있는 목돈인 수시 인출금을 이용해 담보 대출 등을 갚는다는 약속으로 가입할 수 있게된 것이다. 수시인출금은 가입자의 나이와 집값에 따라 다르며 최대 9000만원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는 금액이다. 가입한 뒤 수시 인출금으로 주택연금에 따른 월 지급금이 최초로 지급된지 1개월 이내에 담보 대출 등을 갚아야 한다.

수시인출금을 받고 이 기간에 담보 대출 등을 갚지 않으면 주택연금의 지급이 중단된다. 그러나 그후에라도 담보 대출을 갚으면 중단됐던 월 지급금을 다시 받을 수 있다. 기존의 담보 대출금이 수시인출금 한도를 넘어서면 일단 주택연금 가입은 가능하다. 그러나 수시인출금과 본인 자금을 합쳐서 모든 대출을 갚아야 한다.

수시인출금을 이용할 때는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수시인출금을 사용한 가입자는 해당 금액을 빼고 산정한 연금을 받게 돼 월 지급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컨대 3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65세인 사람이 주택 연금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사람이 수시 인출금을 한도(3843만원)까지 다 찾아 전세 보증금을 상환했다면 월 지급금은 60만5000원이 된다. 이 금액은 나이와 집값이 같은 조건의 일반 종신형상품 가입자의 월 지급금 86만4000원 보다 약 26만원이 적은 것이다. 따라서 수시인출금 이용 땐 이같은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아울러 주택금융공사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월 지급금을 매년 일정 비율 늘리는 옵션을 5월 말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이 옵션은 평생 월 지급금을 고정한 현행 상품과 달리 월 지급금을 가입 초기에는 적게 지급하다가 매년 3%씩 금액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주택금융공사 박성재 팀장은 “다만 옵션을 선택하면 가입 후 약 10년 동안 기존 지급 방식보다 월 지급금이 적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중 장기적인 자금 수요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정갑 객원기자 jkj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