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版 "네프 므와".미국版 "나인먼스" 국내 개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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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가볍게 즐기는 미국영화와 진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프랑스 영화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가마련된다.
같은 원작 시나리오를 가지고 프랑스에서 만든 원본영화와 미국식 영화로 재구성한 할리우드판 리메이크 작품이 국내에 1주일 간격으로 나란히 개봉되기 때문이다.
화제의 작품은 26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네프 므와(Neuf Mois)』와 9월2일 개봉될 미국 영화 『나인 먼스(Nine Month)』.두 작품의 제목은 「9개월」을 뜻하는 프랑스어와 영어다.실제 임신기간인 9개월을 뜻한다.
동거중인 여자가 임신했다는 것을 안 다음 뱃속의 아기에 대해예비아빠가 보여주는 솔직한 감정과 그 변화,그리고 엄마의 모성애를 기발한 해프닝과 대사에 실은 재미 넘치는 코미디 영화다.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어쩌면 저렇게까지 서로 분위기가 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자아낼 정도로 두 영화는 철저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따라서 프랑스 영화와 미국영화의 특징을 비교할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두 영화의 차이점은 대단하다.구성을 보면 프랑스판은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이 정교하게 꾸며지면서 다소 생각하면서 웃을 수 있는 반면 미국판은 배우들의 우스꽝스런 코믹 연기와 가벼운 해프닝을 중심으로 당장 깔깔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또 내용에서도 프랑스판은 아이를 원하지 않는 남자의 심리를 잘 그리면서 뱃속의 아기가 앞으로 자라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부모의 걱정도 상당히 다루고 있다.반면 미국판은 아이가 커서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고 재미난 해프닝 의 연출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프랑스판에서는 임신한 여성의 불러오른 배를 여러번 보여주면서 임신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정면으로 그리고 있으며 임신한 여성들의 식욕과 성욕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그래서 임신.출산의 경험이 있는 성인 남녀에게 상당히 공 감이 가는 영화다.반면 미국판은 청소년들을 고려해서인지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빠져있다.
결국 프랑스판은 성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품위있게 웃음지을 수 있게 만들었으며 미국판은 프랑스 원작에서 원치않는 임신이란 상황만 빌려온 오락영화라는 상반된 성격을 갖는 것이다. 프랑스판은 프랑스 영화계의 재주꾼으로 통하는 파트릭 브라우데감독이 각본.연출.주연을 맡았고 귀여운 외모의 필리핀 르로이 보리유가 여자주연을 맡았다.미국판은 『나홀로 집에』를 만든 흥행감독 크리스 콜럼버스가 감독하고 휴 그랜트와 줄 리안무어가 주연을 맡았다.인기 코미디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단역으로 출연한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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