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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공간에 가 닿는 감미로운 충격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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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05면

한국 소설에서 우주여행은 주로 이루지 못할 꿈이었고 힘든 현실을 잊거나 감추기 위한 낭만적 공상이었다. 지난해 100만 부를 돌파한 조세희의 연작소설집『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성과 힘)이 나온 것은 1978년. 무허가 주택을 철거당한 난쟁이(소설 제목의 난장이는 맞춤법상 난쟁이가 맞음) 일가의 고통스러운 삶을 다룬 소설이 30년 동안 100만 부가 팔린 것이다. 소설은 판타지와 과학을 넘나든다.

- 우주여행을 다룬 소설

“살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달에 가 천문대 일을 보기로 했다.” “아버지 도대체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아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착한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면 달나라로 떠나야 한다던 지식인 청년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달나라로 떠나기 위해 굴뚝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죽고 만다.

“우주인이나 비행접시의 목격 현상은 사회적인 스트레스의 순간에 나타나는 자기방어의 결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경우는 어떻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서쪽 하늘이 환해지며 불꽃이 하늘로 치솟으면 내가 우주인과 함께 혹성으로 떠난 것으로 믿어 달라. 더 이상 설명은 불필요하다.” 소설의 결말이다.

지난해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정한아의 『달의 바다』(문학동네)는 처음으로 한국인 우주비행사라는 소재를 채택한 소설이다.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은미는 할머니한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15년 전 소식이 끊긴 고모가 미국에서 우주비행사가 되었다는 것. “꿈꿔 왔던 것에 가까이 가 본 적이 있나요?… 마침내 우주선이 달 표면에 착륙했을 때 제 온몸에 감미롭게 와 닿았던 충격을 잊을 수 없어요.”

고모의 편지에는 우주의 풍경과 우주비행사의 생활이 실감 나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지질학으로 학위를 받고 물리학연구소에서 일했던 고모는 지금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관광시설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모는 이렇게 말한다. “밤하늘의 저 먼 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 구석에서…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듯” 우리의 삶도 그렇게 빛나는 것이라고, 그때부터 진짜 삶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국인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면 왠지 어색하고 가짜 같았다. 하지만 어느새 한국 과학소설에서 우주여행은 무리 없는 테마로 소화되고 있다. 2007~2008년에 출간된 『누군가를 만났어』(행복한책읽기), 『얼터너티브 드림』(황금가지),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창비) 등 과학소설 단편집과 5월로 창간 1년을 맞는 장르 월간지 ‘판타스틱’을 통해 보이는 작가들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부천으로 여행 온 외계인들을 다룬 『대리전』(이가서)과 외딴 행성에 불시착한 소녀 이야기 『용의 이』(북스피어)를 쓴 듀나(이영수)는 한국 과학소설의 새로운 차원을 펼쳐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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