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高油價로 더 힘들어질 우리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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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려운 경제에 설상가상으로 해외 쪽에서 악재(惡材)들이 쏟아지고 있다. 고철 등 원자재난에 이어 이번에는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가뜩이나 힘든 한국 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減産) 결정, 스페인 폭탄테러로 인한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의 경우 1990년 걸프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한국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30달러를 웃돌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지역 휘발유 값이 사상 처음으로 ℓ당 1400원, 경유는 900원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수요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입장에서 원유값 상승은 치명적이다. 기업 채산성이나 투자, 물가는 물론 국제수지와 경기 회복, 일자리 창출에도 큰 충격이 온다. 정부는 올 평균 국제유가는 배럴당 24~25달러선(두바이유 기준)으로 잡고 경제 운용계획을 짰는데, 이대로 가다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고유가는 세계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이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단기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한국으로서는 우선 낭비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승용차 자율 10부제 외에 경제 활동에 지장을 안 주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인 소비 억제책이 필요하다. 할당관세 등을 통해 유가 상승이 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아울러 구조적인 고유가 시대에 대비한 중장기 플랜을 짜야 한다.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내 산업구조를 고효율 체제로 바꿔야 한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강하고 지속적인 에너지 절약 홍보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석유 파동이 터지면 잠시 부산을 떨다가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우리 주변에 에너지 과잉소비가 보편화돼 있고, 그 결과 외부 충격에 쉽게 노출되는 취약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만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