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銀 글로벌서비스 위협적 부자고객보다 기업 이탈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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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과 가장 첨예하게 경쟁할 부문은 개인 부자고객이 아니라 기업고객이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18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 첫마디다.

하나은행은 개인 부자고객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에 일찍부터 투자해 왔다. 이 때문에 PB영업에 강한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경우 가장 타격을 받을 은행으로 꼽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金행장은 뜻밖에 기업고객의 이탈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 부자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은 어차피 많은 수의 지점이 필요없다. 씨티은행은 지금도 PB영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도 경쟁할 만하다. 문제는 기업고객이다. 씨티은행이 전 세계에 깔린 지점망을 활용해 세계 각국에 지사와 거래처를 두고 있는 기업의 자금관리를 통장 하나로 해결해 준다면 많은 기업고객이 씨티은행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뉴욕이나 런던 등에 현지법인을 둔 삼성전자.포스코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나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한미은행의 전국 지점에서 이뤄지게 된다. 알짜배기 중소.중견기업을 상당수 빼앗길지 모른다."

하나은행은 이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예금보험공사의 하나은행 지분 매각과정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전략적 투자자를 적극 끌어들이기로 했다.

"씨티은행의 글로벌 서비스에 맞서기 위해 국내은행들도 세계적인 지점망을 갖춘 전략적 투자자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예보가 하나은행 지분을 팔 때 은행과 협의토록 돼 있는 규정을 활용해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하나은행 경영권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金행장은 단순히 덩치만 불리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기 때문에 능력 범위를 벗어난 무리한 인수.합병(M&A)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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