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에세이] ‘런던 블랙캡’ 못 따라가는 파리 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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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세계 대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택시 잡기 지독히 어려운 곳이다.”

올 초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택시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직속 성장촉진위원회가 택시 시장 전면 자유화를 제안했다. 택시업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쳐 보류됐지만 이 안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런던의 ‘블랙캡’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최근 프랑스 월간 ‘렉스팡시옹’은 유럽을 대표하는 두 도시 런던과 파리의 택시를 비교했다.

지난해 기준 파리시에 등록된 택시는 1만5900대. 신차 등록을 엄격히 규제해 수십 년 동안 택시가 늘기는커녕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런던의 블랙캡은 2만5000대다. 전화로 예약해 이용하는 미니캡까지 더하면 7만 대에 달한다. 파리는 콜 전용 택시를 포함해도 3만 대로 런던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이러다 보니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도 큰 차이가 있다. 파리는 거리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 게 쉽지 않다. 택시를 기다리는 평균 시간은 7분이나 된다. 반면 런던은 23초에 불과하다. 런던 택시업계에는 규제라는 단어가 없다. 운행 대수 제한이 없고 운행 지역이나 운전기사의 노동 시간에 대한 제약도 없다. 택시 허가를 받기 위해 내는 등록비도 3년에 326유로(약 50만원)에 불과하다. 파리는 이른바 ‘번호판 값’이 무려 18만2971유로(약 2억8300만원)에 달한다.

차량의 쾌적함도 런던이 앞선다. 블랙캡은 망가네즈 브론즈 등 두 회사가 제조를 전담하고 있다. 처음 선보인 100년 전과 거의 같은 스타일이다. 반면 파리 택시는 차량 제한이 없다. 예전에는 고급 차량이 많이 쓰였지만 요즘은 대중적인 차량이 많아지는 추세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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