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가수 ‘부산 갈~매기’로 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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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 들어 4월까지 가장 자주, 가장 많은 사람이 부른 노래가 뭘까. 힌트는 ‘부산’과 ‘프로야구’.

그렇다. “부산 갈~매기, 부산 갈~매기, 너는 벌써 나를 잊~었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 ‘부산 갈매기’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3만 관중이 적어도 다섯 번은 부른다. 하룻밤에 15만 회 이상 불리는 셈이다. 이 잘나가는 노래를 부른 가수 문성재(56·사진)를 만나봤다.

문씨는 “롯데 경기는 꼭 본다”며 “관중이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면 가수로서의 자긍심을 느끼며, 감격에 겨워 따라 부른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 사람이 아니다. 제주 서귀포 출신으로 생활 터전은 대전이다. 2005년부터 2년간 다대포 근처에서 음식점을 한 게 부산과 지리적으로 맺은 인연의 전부다. 지금도 대전에 살며 음식점을 운영하는 문씨는 “제주가 고향, 대전이 제2의 고향이라면 부산은 내 마음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이 곡도 대전에서 태어났다. 75년 ‘언제라도 갈테야’라는 곡으로 데뷔한 그는 그룹 ‘문성재와 카사노바’를 결성해 대전 지역에서 활동했다. 82년 부산 출신인 업소 주인이 “사나이 느낌 나는 노래 좀 불러보라”고 해서 그해 발표한 앨범 ‘춤추는 작은 소녀’에 ‘부산 갈매기’를 담았다.

그는 83년 KBS 10대 가수에 뽑혔지만 ‘부산 갈매기’가 아니라 데뷔 앨범의 타이틀곡인 ‘춤추는 작은 소녀’로 받았다. ‘부산 갈매기’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84년께. 당시 무명이던 유퉁이 롯데 응원단장을 자청하면서다. 유퉁이 부르는 걸 따라부르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부산 갈매기’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제치고 롯데 응원가로 자리 잡았다.

문씨는 ‘부산 갈매기’로 세 가지를 얻었다. 첫째 돈. 80년대 말 가수 활동을 접고 제주에서 사업을 벌이다 실패한 그는 경남 창원에서 ‘부산 갈매기’라는 이름의 음식점으로 재기했다. 둘째 명예. 2005년10월5일 ‘부산시민의 날’에 부산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셋째 사람. 소문을 듣고 찾아온 부산 사람, 롯데 팬과 단번에 형·동생 사이가 됐다.

올해 그의 바람은 롯데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그는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홈경기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부산 갈매기’를 부르겠다’고 하니 내가 직접 가르쳐 주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52년 동갑내기다. 이에 로이스터 감독은 “가르쳐준다니 고맙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뒤에 배워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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