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안의북한커넥션]5.人共欺 워싱턴 入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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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인공기(人共旗)가 워싱턴 하늘에 당당히 휘날릴 날도 멀지 않았다.北-美연락사무소가 조만간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개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인공기의 워싱턴 입성은 北-美간 적대관계를 공식적으로 청산하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만하다.또 북한의 미국상륙 「베이스 캠프」도 마련되는 셈이다.
당초 북한은 연락사무소 개설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다만 경수로 노형(爐型)선정과정에서 표출된 잡음으로 사무소 개설이 늦어지는 것으로 관측돼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워싱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워싱턴에서 만난美정부 당국자나 한국문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북한이 오히려 속도조절을 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美국무부 대외문제 분석관 존 메릴 박사는 『북한측이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있다』면서 『사견이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그는 또 9월에 사무소 개설이 가능하냐는질문에 대해서는 『너무 빠르다』,연내가능성에 대 해서는 『대답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언급을 회피했다.
조지 워싱턴大 동아시아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워싱턴에 머무르고있는 이동복(李東馥)前안기부장 특보는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연락사무소가 들어설 공간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카네기 재단의 셀리그 해리슨 연구원은 『북한 내부문제가 지연 원인』이라고 밝혀 전반적인 대미(對美)관계 개선문제에관한 북한내부의 의견수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일부에선 북한이 北-美연락사무소 개설시기를 조정,北-日관계개선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북한의 태도에 비해 美정부는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사무소 개설이 가능하다는 공식입장을 가지고 있다.美정부가 말하는 「기술적 문제」들은 영사보호등 연락사무소 기능,외교관의특권과 활동범위,통신,건물부지선정,그밖에 평양주재 美 외교관과외교행낭의 판문점을 통한 자유로운 통행보장 등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들 문제에 대해 北-美 양측은 실질적인 합의를이뤄놓고 있어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속도 조절」과 미국이 말하는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는 연락사무소 개설시점은 언제일까.그 해답은 무엇보다 연락사무소의 성격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락사무소는 당장 수교가 힘든 未수교국들이 상대방 수도에 설치하는 임시기구로 외교관계중 가장 초보적 단계이며 北-美 양측의 의지만 있으면 곧바로 설립될 수 있는 성격이다.
이런 점들을 모두 종합할 때 연락사무소 개설이 늦어지고 있는것은 정치적인 이유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관련,김정일(金正日)이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승계할 것으로 보이는 10월초를 넘겨 11월 정도에는 연락사무소가 개설될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그렇다면 연락사무소 설치에서 완전한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는또 얼마나 걸릴까.최소한 2~3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미국이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선 북한의 인권개선,미사일 수출과 테러지원 중단 등 전제조 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에 인공기가 휘날리는 날 재미교포들에게 미칠 파고도 높을 전망이다.워싱턴의 한 교포는 『연락사무소가 개설될 경우 일부 교포들이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사무소 유지비용 일부를 부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金成進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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