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박영훈의 39, '감(感)이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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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결승전 제2국
[제2보 (23~44)]
白.趙治勳 9단 黑.朴永訓 5단

박영훈이 23으로 받자 趙9단은 근 30분이나 장고하더니 24로 둔다. 묘한 수다. 불과 3시간의 제한시간 중 6분의 1을 쏟아부은 이 수의 정체는 무엇일까.

'참고도1'의 백1, 3을 선수할 수 있다면 백은 좀 더 편하게 안정할 수 있다. 그러나 趙9단은 상대가 A로 받지 않고 4로 역습해 오는 쪽을 경계했다. B의 양협공과 연계된 이같은 급한 흐름의 변화를 읽고 또 읽어보던 趙9단은 정석을 버리고 먼저 벌리는 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 박영훈도 28에선 선택이 어렵다. '참고도2' 흑1로 파고드는 것도 실리가 큰 수다. 그러나 상대에게 백10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이 수도 굉장히 짭짤한 수다.

박영훈은 13분 만에 실전의 29를 선택했지만 이런 대목은 백날을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장면이다. 30으로 제압하면 31로 갈라치고 32로 확실히 잡으면 33으로 전개한다. 거의 정석과 같은 수순이다. 바둑은 아주 잔잔한 흐름.

그런데 우변에서 박영훈이 멋진 한 수를 터뜨렸다. 바로 39. 이 수와 40을 교환해 두면 나중에 가일수가 필요하다. 그래서 39는 최소 한집쯤 이득이라고 한다. 비록 한집이지만 이런 수를 놓치지 않는 것을 보니 오늘 감이 좋다는 얘기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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