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관련 DB구축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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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 닛산자동차는 해마다『닛산 핸드 북』이라는 영어사전 크기의 5백쪽 분량의 小책자를 발간하고 있다.이 책에는 국내외 메이커.모델별 생산.판매대수를 비롯해 자동차등록.환경.에너지.통신.법제.세금.보험.통상문제 등 자동차와 관련해 궁금해할 만한모든 사항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자동차회사 직원은 물론 차에 관심있는 사람은 웬만하면 한권 씩은 다 갖고 있다고 한다.일본의 1개 업체가 만든 자료집이다.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어디에도 이만한 책이 없다.우리의 자동차관련 데이터관리가 얼마나 부실한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는 정보화시대고 정보수집이 곧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다.최근에는 특히 자동차가 세계화 상품이 됐고 국경없는 판매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차라도 아프리카에 팔 때와 독일에서 팔 때 수요층이 달라 마케팅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이럴경우 그 나라에 대한각종 데이터(배기량별 보급대수,국민소득및 소득별 선호차량,색깔별 선호차량 등)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면 진 출하는데 훨씬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자동차 선진국일수록 제품의 질 못지않게 자동차관련 데이터베이스(DB)도 잘 구축돼 있다.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도 많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연구기관인 「J D 파워 엔 어소시에이트」社는 자동차의 기능.소비자의 만족도.미국내 판매량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분석하는 회사인데 전세계 자동차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기도 하다.이 회사의 발표내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세계 자동차 관련 자료의 70%를 공급하는 「DB강국」이다.
서류나 컴퓨터 통신망을 통한 DB공급외에 최근에는 CD롬 자료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독일.일본도 「폴크스 바겐 AG」「재팬 트랜스포테이션 스캔」등 권위있는 자료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자동차공업협회(KAMA)가 이같은 일을 맡고 있다.
최근들어 이 협회가 집계하고 있는 각종 통계의 양.질및 정확도 등에서 많이 나아졌다는 평이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져있는 상태다.
현대.대우.기아등 국내 메이커들로 구성된 이 협회는 회원社들이 출연하는 회비로 운영되고 있어 회원社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없는 측면도 있다.
회원社에서 보내주는 자료를 토대로 통계를 만들기 때문에 회원社에서 수치를 알려주는대로 나갈 수 밖에 없다.또 회원사에서 공개를 꺼리는 자료가 많아 정확하고 내실있는 자료집계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DB 축적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전무(全無)하다시피한 것도 문제. 대우경제연구소 자동차팀장 김경엽(金慶燁)박사는 『자동차업체들이 그동안 생산기술쪽 인력만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소프트웨어쪽은 사람을 거의 키우지 않아 기본자료가 있더라도 이를 산업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DB化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자동차관련 DB도 태부족이다. 인공위성을 통한 자동항법장치(내비게이션 시스템)실용화도 도로.하천.교량등 주요 지형지물에 대한 기초자료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못하면 어렵다.
우리나라는 올해 자동차 생산량으로는 세계 5위에 오르게 된다.양적인 성장에 걸맞게 이제는 자동차의 DB구축등 소프트웨어 측면에도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李杞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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