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연예가] 결혼식 사회의 달인, 강병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주 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주말이나 공휴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남들 다 쉬는 빨간 글씨 휴일이야말로 가장 바쁜 날이 아닐 수 없는데…. 방송하랴, 행사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그들 중 내가 아는 MC 강병규는 유난히 분주하다. 특히 요즘처럼 볕 좋고 꽃 피는 봄날이 오면….

턱시도가 잘 어울리는 남자, 강병규가 주말마다 찾는 곳은 바로 예식장. 그곳에서 그의 역할은 신랑도, 하객도 아닌 결혼식 사회 전문 진행자다. 지금까지 그가 진행한 결혼식 사회 횟수는 감히 손꼽아 셀 수 없고, 기억하는 것만도 줄잡아 100여 차례가 넘는다고. 심지어 하루에 시간차 공격으로 연달아 세번이나 예식을 치른 적도 있다.

야구선수 시절부터 전지훈련을 가는 등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친한 친구는 물론 선.후배의 결혼식 사회는 대부분 강병규의 몫이었다. 이렇게 예식장에서 갈고 닦은 진행 솜씨가 최고의 MC 강병규를 있게 한 트레이닝이었을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실 이때 잡은 마이크가 야구 방망이보다 더 편안했단다.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사회도 있을 법한데?

"있죠. 그런데 말하기가 좀 곤란한데…."

끝을 흐리는 그의 말꼬리를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졌다.

"말하면 안 되는데…. 사실 같은 사람 결혼식 사회를 두 번 봐준 적도 있어요. 그것도 그런 사람이 몇 명 있었어요."

요즘 결혼세태가 신혼 2쌍 중 1쌍 비율로 이혼하는 시대라지만 재혼식에도 거듭(?) 사회를 부탁할 정도라면 강병규의 진행실력에 더해 인간관계도 믿음직스럽기 때문이었으리라.

"두번째 부탁 받을 때는 당혹스럽죠. 하지만 처음보다 더 진실한 마음으로 결혼식 진행을 합니다. 이번이 마지막이길. 정말 행복하기를…."

녹화나 리허설 없이 늘 생생한 라이브로 진행되는 결혼식 '사회의 달인' 강병규에게도 다시 기억하기 싫은 엄청난 실수가 있었다. 그날의 주인공인 신랑.신부 이름을 바꿔 불러 딱딱한 결혼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적이 있다나. 그밖에도 잊지 못할 등골 오싹한 경험이 있다고?

"한창 식이 무르익었는데, 주례 말씀 중 객석을 보니까 신랑의 예전 애인이 떡 하니 앉아 있지 뭐예요? 눈에 독기 품고 팔짱 낀 채 신랑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제가 다 간담이 서늘해지더라고요. 남의 결혼식에서 어찌나 떨었던지."

강병규가 꼽는 결혼식 사회의 좋은 점은? 첫째, 축의금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둘째, 신혼부부에게서 선물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 셋째, 결혼에 대한 신중한 생각이 든다.

준비된 신랑, 강병규! 아쉽게도 그의 결혼식 진행자는 커녕 짝도 아직 고르지 못했다는데…. 일단 눈높이부터 낮춰 평생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신부감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현주 방송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