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大型 人命참사 왜 이리 잦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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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짧은 시간의 화재로 수십명이 떼죽음당한 경기도 여자기술학원 기숙사 방화사건은 학원측의 방심.무방비와 탈출을 기도하던 일부원생들의 무모함이 겹쳐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비극이다.
이 학원의 경우 지난해 1월 원생 6명이 처우개선등을 요구하며 커튼등에 불을 질러 구속된 적이 있었다.또 92년에는 원생이 정신병을 일으켜 구타시비가 일어났고,90년말에는 한달만에 탈출한 원생이 인권유린 사례를 폭로,사회문제가 되 기도 했었다.이처럼 인권유린시비와 탈출소동이 끊이지 않았는데도 학원측은 계속 무방비상태였다니 이번 참사는 예견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들 원생의 대부분은 부모등 보호자가 위탁한 경우이긴 하지만가출등으로 일단 정상생활궤도를 벗어나 탈선경험이 있는 부녀자들이다.거기에다 단속에 적발된 윤락녀들까지 함께 섞여 있으니 이학원은 정상적인 교육기관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그러므로 교육과정 외에 이들에 대한 감시.감독기능도 철저히 했어야 옳았다.그런데도 원생들이 반공개적으로 탈출계획을 세우고,신호조.파괴조등 조직을 짜 움직이며,사감에게 이불을 덮어씌운채 집단폭행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을 보 면 학원측이 평소 이에 대한대비를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화재규모에 비해 많은 희생자를 낸 것도 탈출하려는 원생들이 동시다발로 불을 지른 때문이긴 하지만 학원측의 책임도 크다.이들이 강제수용된 상태이므로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면 실내에 소화장 비등을 갖추는 것은 물론,화재등 비상시에 대비한 탈출훈련등을 충분히 했어야 옳다.
그러므로 방화관련자에 대한 엄격한 수사와 함께 학원측의 관리잘못이나 인권유린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또 다른 수용시설에 대해서도 안전점검을 통해 이같은 불행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아울러 서울에서 이미 폐쇄된 것처럼 근본적으로는 인권유린시비 속에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같은 부녀자 강제직업교육의 존폐(存廢)여부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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