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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늘고, 충치 줄고 … 국어 점수 ‘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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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5월 위스타트 속초마을 어린이봉사대가 보호시설에서 연극 ‘남견우 북직녀전’을 공연하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위 스타트 속초마을에 사는 김인규(12·가명)군은 2년 전까지 또래와 어울리지 못했다. 몸을 단정히 하지 못해 냄새가 나고, 제대로 말도 못해 친구 사이에서 ‘왕따’였다. 그러나 이제는 마을 연극반의 주연으로 활동하는 등 친구 사이에 주류가 됐다. 예전 일주일에 2~3번 지각과 결석을 반복했지만 이제는 출석부가 깨끗하다. 학업 성적도 중상위권으로 올라섰다.

빈곤한 가정 어린이를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위스타트 사업 2년 만에 강원도 대상 마을 어린이들이 확 달라졌다. 한림대 허남순(사회복지학)교수 등은 2005년 말부터 2007년 6월까지 위스타트 속초·정선·철원마을 어린이 700명을 대상으로 1년 6개월간의 변화를 비교 분석, 최근 ‘위스타트 마을 사업 효과성·효율성 평가보고서’를 냈다. 서울대의 군포·성남·안산 성과보고서에 이어 두 번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속초마을의 경우 36개 조사 항목 가운데 16개 항목에 큰 변화가, 8개 항목에 의미가 있는 변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보건·건강분야 변화가 눈에 띄었다. 속초지역 어린이의 평균 체질량지수는 2005년 18.1에서 2006년 18.6으로 높아졌고, 2007년에는 19.4가 됐다. 체질량지수 18.5이하는 저 체중. 아침 급식과 영양 프로그램 운영으로 마을 어린이 상당수가 저 체중에서 정상 체중으로 바뀌었으며 비만을 걱정할 정도의 어린이도 생겼다.

학업분야에서 수학은 변화가 없었으나 국어는 점수가 높아지는 등 공부방 프로그램의 효과가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로 속초마을은 어린이는 물론 학부모 대부분이 모든 분야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가 높았다.

정선과 철원마을의 경우 속초마을보다 덜 하지만 각각 7, 8개 항목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다.

정선마을의 경우 충치를 앓는 어린이가 줄었으며, 정서적으로 문제행동을 보이는 어린이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철원마을은 부모의 어린이 방임 분야에 지수가 평균 10.4에서 9.6으로 낮아지는 등 부모의 관심이 높아졌다.

성과가 좋자 속초시는 지난 3월부터 대포동 등 인근 마을로 위스타트 사업을 확대했다. 212명이던 대상 어린이도 312명으로 늘었다. 지역적으로는 속초시 면적의 50%, 절대빈곤층을 기준 대상 어린이의 40%에 해당된다. 행정기관이 지원과 전달만 하는 형태에서 대상 어린이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것이다. 속초시는 앞으로 전 지역 빈곤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허남순 교수는 “건강과 복지 등 많은 분야가 좋아졌으며 특히 학교 및 지역사회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성과”라며 “빈곤의 세습을 막으려면 학업성적을 더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저학년, 또는 학교 입학 전이라도 인지발달과 학습능력을 어떻게 배양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이찬호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위스타트 운동=가난한 아이들에게 공정한 복지(Welfare)와 교육(Education)의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출발(Start)을 도와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 주자는 운동이다. 2004년 3월 중앙일보와 한국복지재단 등에 의해 시작됐다. 지역센터를 만들어 빈곤 아동과 부모에게 개별적인 맞춤서비스를 해준다. 위스타트 마을은 전국 4개 시·도 20곳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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