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銀 공신력 흠집 최대危機 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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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명호(金明浩)한국은행 총재가 19일「한국은행 부산지점 지폐유출 사건」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함에 따라 한은이 창립 45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물론 한은 총재는 외풍(外風)이 심한 자리다.
金총재를 포함,역대 19명의 총재중 제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은 故 김유택(金裕澤).故 김세련(金世鍊).故 김성환(金聖煥).김건(金建)前금통위원등 4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우리나라의 통화 관리를 맡고 있는 한은에서 처음으로 직원이 현금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으며,이를 내부적으로 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총재가 사퇴하기에까지 이름으로써 중앙은행의 공신력 자체에 적잖은 흠집을 남 겼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한은은 믿을 만하다』는 많은 국민들의 신뢰에 금이 가게 돼「중립성 확보」를 위한 한은 독립 움직임에도타격이 예상된다.
또 조폐공사에서의 새 돈 유출에 이어 한은에서는 폐기처분 대상의 헌 돈이 외부로 흘러나간 사건이 연달아 터짐으로써 화폐의관리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함을 보여 주고 있다.
한편 金총재가 물러남에 따라 후임 총재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있다. 금융계에서는 황창기(黃昌基)前보험감독원장.이우영(李愚榮)중소기업은행장.장명선(張明善)외환은행장.박영철(朴英哲)금융연구원장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도 김재윤(金在潤)금통위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후임총재는 재정경제원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임기도 새로 시작된다.
이와 관련,금융계 일각에서는「지폐 유출 사건」이 특별한 계기없이 1년4개월만에 외부에 유출된 점을 들어『개각을 앞두고 특정인을 한은 총재로 밀어주기 위한 모종의 배경이 있는게 아닌가』하는 추측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같은 질문이 나왔으며,이에 대해 金총재는『설마…』로 응답했다.
金총재가 물러났지만 어쨌든 파문이 한동안 가라앉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舊재무부가 작년 5월 한은의 사고 보고를 받고 제대로 조사를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정경제원도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분담해야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한은에도 후속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계에서는 보고 있다.
〈吳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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