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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눈>黨人과 公人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4천억원 정치비자금說에 대한 검찰조사가 마무리되었다.잠정적인결론은 그런 돈이 존재치 않는다는 것이다.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의 발언 파문은 결국 이런 식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한때 사회를 흔들어 놓았고 많은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남겨놓았다.
검찰의 말대로라면 그가 처음 거명했던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국민이 받은 상처는 더욱 크다.연소득 4천만원의 고소득자도 1만년(단군이전부터 지금까지)을 모아야 만져볼 천문학적인 돈을대통령이 재임중에 권력을 이용해 모았다는 내용은 모두에게 좌절과 절망만을 안겨주었다.
이런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올 발언을 현직 장관이 술자리에서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사실 총무처장관은 정부 각료 가운데 전직대통령들의 살림을 보살피고 관리하는 자리다.총무처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따라서 정부 대표로서 전직대통령들과 공식적인 채널을 가지고 있다.말대로 그러한 풍문을 들 었다면 당연히 직접 전직대통령들에게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徐장관은 전직대통령들에 관한 일들이 자신의 직무인줄도 모르고 지냈다는 얘기다.
특히 徐장관에게 이런 풍문을 전했다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한심하다.
소위 전과자 전력(前歷)에 축재의 과정도 석연치 않은 음식점주인겸 정치브로커 비슷한 인물이 장관실을 방문해 부탁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의 장관,특히 대통령 측근중의 측근 장관 주변에 고작이 정도의 인물들이 진을 치고 있느냐는 점이다.왜 이런 일들이발생할 수 있을까.
徐장관은 장관이라는 공적(公的)인 자리를 맡고 있었지만 아직도 야당인 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같다.과거 야당때 어울리던 사람의 폭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때처럼 말하고 행동했던것으로 보인다.
야당인이었다면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정부를 대표하는 공인(公人)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파문이 일어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 한사람의 일로만 넘겨서는 안될 교훈이 있다. 사실 문민정부 들어와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잡음이 나라의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들의 과거 습관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일이 많다.
국가의 책임자는 말을 아껴야 한다는 충고들을 자주 한다.야당인으로서는 시원시원하게 말할 수 있지만 국가원수로서의 말 한마디는 천금보다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문민정부가 출발하고부터 지금까지 민주계가 어떻고, 민정계가 어떻고,매일 다투는 것도 비슷한 예일 것이다.
천도무친(天道無親)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비록 민주계라는 당인(黨人)을 근거로 정상에 올랐지만 일단 대권을 잡은 뒤에는 모든 사람을 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당인이 아니라 공인(公人)이 되었기 때문이다.그러나 민주계가 한 나 라를 담당하고도 아직도 당파에 연연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개혁은 그가 야당인이 아니었다면 결코이룰 수 없는 업적이었다.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었기 때문에 임기 절반이 넘도록 칼국수를고집하고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안가(安家)를 헐어낼 수 있었다.잘한 일이다.
徐前장관이 4천억원설을 꺼낸 배경도 『과거는 이렇게 더러웠는데 우리는 깨끗했다』는 말을 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제 집권의 후반에 들어가고 있다.언제까지나 『우리는 깨끗했다』로만 만족할 것인가.국민은 정권을 맡은 공인들에게 깨끗한 것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정부답게 기능 하기를 바라고 있다.
〈정치부장.政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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